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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3월
평점 :
박연준 시인의 새 산문집 <모월모일>은 자꾸 쓰다듬고 싶어지는 책이다. 부들부들한 표지 때문에, 손에 착 감기는 판형과 분량 때문에, 표지에 실린 구본창 작가의 작품 ‘Soap 20‘ 때문에, 페이지마다 차곡차곡 담겨있는 시인의 ‘모월모일의 모과‘ 때문에.
책을 받아든지 나흘만에 두 번 읽고 밑줄그은 구절들을 모조리 필사했다. 몇달 전의 ‘평범‘이 절실하게 필요한 요즘이어서인지 시인이 들려주는 일상의 기록들이 큰 위안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지금의 일상을 살아야지 다짐하다가도 막상 적응하려니 쉽지 않다. 그렇기에 더욱 귀하게 읽었던 시인의 겨울, 봄, 가을, 여름의 이야기. 사실 이번 책은 아껴 읽으려고 벼르고 있었는데(정말로) 두바퀴째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좋은 난감함이란!
<소란>과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에서도 그랬지만 <모월모일>에서도 유독 나를 따라다니는 글들이 있다.(내가 따라다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찌할 도리 없이 마음에 콕 박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그런 글들이. 마치 선물처럼.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옛다‘하고 주어지는 선물처럼 말이다. <모월모일>에서는 모과 한 알을 받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글을 읽다가 나의 조각을(나와 닮은, 착각일 것이 분명하지만 모든 독서는 오독일 것이므로) 발견할 때야말로 독자로서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다. 기적과 같은 순간이고.
많은 분들이 <모월모일>에서 각자만의 모과 한 알을 발견하게 되기를! 그리고 그 힘으로 각자의 모월모일을 충실히 살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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