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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스 라이크 어스
크리스티나 앨저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3월
평점 :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역시 추리소설. 여성 범죄를 수사하는 여성 FBI 요원의 이야기라는 설명만으로 읽고 싶어 벼르던 책이다. 크리스티나 앨저의 <걸스 라이크 어스>.
경찰이었던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러 10년만에 고향에 온 FBI 요원 넬 플린은 학교 동창이자 아버지의 파트너였던 리로부터 잔인하게 살해된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넬은 아버지가 죽기 전까지 맡았던 살인 사건과의 유사성을 듣고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참여하게 된다. 흥미진진한 점은 10여년간 아버지와 전혀 왕래가 없었던 넬이 아버지의 수사행적을 쫓으며 자신이 몰랐던 비밀들을 하나씩 알게된다는 점이다. 이윽고 그녀는 ‘아버지가 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닐까?‘하는 의문을 품기에 이른다. 국제 계좌, 임대 아파트, 목격자들의 증언.
실제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일어난 성 노동자 연쇄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범죄 이전의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살해당한 피해자들이 어린 여성이고 성 노동자라는 점, 그들을 착취한 이들은 자본가와 부패한 경찰이었다는 점 말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넬이 내부자이자 외부자인 점이 인상적이다. 넬은 경찰 아버지를 둔 덕분에 마을의 경찰들과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낸 가족같은 사이지만 10년만에 돌아온 지금은 피해자의 편에서 범인을 찾아내려는 수사관이다. 묘한 위치에 선 인물이기 때문에 그녀는 사건의 중짐에 잠입할 수도, 바깥에서 냉철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군더더기 없이 명쾌한 소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넬을 따라가는 서사는 일관되고 깔끔하다. 쓸데없는 곁가지들로 주의를 산만하게 하지 않는다. 넬의 유능함도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비록 넬의 아버지가 사건의 시작과 끝에 있지만, 넬이 쓸데없는 감상에 빠지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후련하기까지 하다. 오랜만에 만난 정교하고 현실적인데다 담백하기까지 한 추리 소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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