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초록 -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노석미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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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 동안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책. 노석미 화가의 에세이 <매우 초록>. 처음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도 단번에 읽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표지 그림의 녹색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난다 출판사에서 나온 에세이라는 이유도 한몫했고. 그래서 서포터즈들에게 책을 보내주신다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첫 번째로 골랐다.



이 책은 노석미 작가가 양평에 집을 짓고 살며 쓴 글들이 모인 에세이집이다. 중간중간에 그림 작품들이 들어가 있어 더욱 다채롭다. 글을 몇 편 읽고 문장이 참 단정하고 정갈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박하고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는 문장. 그래서 좋았다. 가끔씩 튀어나오는 유머러스한 문장을 만나면 어쩐지 사노 요코의 글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치는 일들이 많은 요즘 따뜻한 차를 옆에 두고 <매우 초록>을 저녁마다 조금씩 읽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내게 귀농이나 귀촌은 멀게만 느껴지는 단어다. 농사? 선인장도 죽이는 사람이 나다. 벌레? 잠자리도 손으로 못 잡는 사람이 나다. 그런 내게도 책을 읽으며 ‘도시에서 떨어진 작은 마을에 사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겠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저자가 ‘노동의 대가가 바로 잠깐의 어떤 소유, 기쁨‘이라며 잠깐의 아름다움을 위해 목련 나무를 심었다는 일화와 목화를 심으며 ‘촉촉하고 산뜻하고 따스함‘을 느꼈다는 일화를 읽을 때였다. 나만의 정원을, 나만의 초록을 가꾸는 기쁨은 분명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런가 하면 ‘요즘 것들은 희생정신이 없어서 결혼을 안한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네 저도 희생정신이 없어요‘라고 대뜸 말했다던 일화에서는 육성으로 빵 터져서 한참 정신을 못 차렸다. 커플로 사는 이들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지 않듯이 싱글로 사는 이들에게도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 공감, 대공감이다. 아무튼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빵 터지곤 해서 읽는 내내 기쁘고 즐거웠다.



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음, 오늘 나의 노력 : 프리지아를 조금 사 왔는데 노란색이 이토록 다채로운 줄, 꽃향기가 이토록 달콤한 줄 새삼 느끼고 있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의 일상을 가꿔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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