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7살의 철학과 교수 마크 롤랜즈는 (96% 늑대개라고 속여야만 했던) 늑대 브레닌을 삶에 들이게 된다. 이 책은 그가 11년간 브레닌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시간의 기록이자 영장류인 그가 늑대 형제로부터 배운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비록 동물과 친하지 않은 나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브레닌의 관계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영악한 영장류와 순간을 사는 늑대의 조합이라니! 매일 몇시간씩 같이 달리고(그와중에 저자가 알파수컷의 자리를 내어주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강도 높은 헬스를 병행했다는 사실도 웃기고 놀라웠다.), 함께 강의를 하고(저자가 강의를 하는 동안 브레닌은 얌전히 교실에 있고), 급기야 도시로부터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자유롭게 평화와 고독을 만끽하기까지 하는 그들(저자가 브레닌이 제압한 침입자를 보고 ‘아니 이 새끼가 브레닌을..!‘이라고 먼저 생각했다는 장면은 킬링포인트.). 정말로, 저자와 브레닌은 형제였다.



철학자인 저자가 브레닌과 함께하며 성찰한 내용들도 책 곳곳에 스며들어있다. 무엇보다 인간과 늑대는 다르게 시간을 경험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이 ‘시간의 피조물‘이라면 늑대는 ‘순간의 피조물‘이라고.(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화 <Arrival>의 원작 소설.) 영락없이 과거와 미래에 묶여 살아가는 인간. 인간은 시간을 선형적으로 경험하며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간다. 하지만 저자는 그 목표가 삶의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목표 달성과 함께 삶을 끝낼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브레닌으로부터, 늑대로부터, 순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물론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와 늑대 브레닌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당시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재미있다. 이를테면 ‘그 당시 나는 늑대에 가까웠다‘, ‘알콜 중독자 교수와 늑대 한 마리‘라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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