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행을 선택하세요
데이나 슈워츠 지음, 양지하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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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020년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의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을 함께 경험하고 싶은가? 듣도 보도 못한 ‘게임 형식‘의 책이 궁금한가? 바로 여기 있다! 데이나 슈월츠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소설, <당신의 불행을 선택하세요>! 첫 장의 선택지를 지나 휙휙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당신은 데이나가 되어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책의 구조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이토록 참신할수가. 나는 각각의 선택지에 따른 페이지를 적어두기만 하고 모조리 한 번에 읽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이 게임에 참여할 것인지는 독자의 몫일 것 같다. 일단 한 번 시작하면 이 개미지옥에서 절대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어떤 항목에서는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며 윤회를 거듭하듯 생지옥을 반복해야하니까.



저자 데이나 슈월츠는 1993년생 미국 여성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책은 ‘페미니즘이 구현되고 있다!‘고 떠들어대는 미국의 언론 및 일부 사람들에게 먹이는 강펀치와도 같다. 정말 데이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가? 그녀는 유리천장의 존재 없이 자기 자신의 능력만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는가? 아 글쎄.



책을 읽으며 ‘굳이 그래야돼?‘, ‘둘 다 선택하고 싶지 않아!‘, ‘아 끔찍해! 이건 아니야!‘를 수없이 외치고 실제로 책 귀퉁이에 휘갈겼다. 물론 저자가 나와는 다른 문화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겠지만 뭐랄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여성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보편적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니까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질 것을 생각하며 밥을 굶은 경험이 있다면, 대중문화와 미디어에서 어린 소녀들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는 판타지에 자신을 대입해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면!



제목에 걸맞게 하나 하나 선택을 할수록 점점 절망에 가까워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책 속 데이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결과는 당신이나 데이나가 충분히 현명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 아니다. 이것은 데이나나 독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 불행들은 ‘페미니즘이 구현되고 있다‘는 말이 헛소리임을 드러내주는 명백한 지표다. 한 여성이 잘못된 선택을 해서 야기된 불행이 아니라는 말이다. 책임은 개인에게 있지 않다.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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