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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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의 소설집 <겨울방학>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이 책은 <팽이>에 이어 6년만에 묶인 저자의 두번째 단편소설집이다. 그간 저자의 장편소설들을 거의 다 섭렵한 독자로서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간과했던 것은 장편와 단편의 호흡이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나 <이제야 언니에게>의 아픔을 떠올리며 사뭇 비장한 마음을 가지고 펼쳐들었는데 내가 <겨울방학>을 읽으며 마주한 것은 제법 색채가 선연한 세계였다. 물론 수록된 열 편의 소설들 모두 가난하고 불안한 현재를 사는 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이들은 결국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상깊었던 작품은 단연 표제작 ‘겨울방학‘이다. 동생의 탄생을 앞두고 혼자 사는 고모의 집에 맡겨진 이나의 이야기다. 이나의 눈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더 많아 보이는 고모이지만, 사실 이나의 고모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그에 알맞게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또한 이나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네가 내게 배운 것이 가난만은 아니라면 좋을텐데‘라는 소설 속 고모의 중얼거림은 내게도 선명히 남았다. ‘겨울방학‘속 고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이슬아 작가의 추천사에 너무나 공감한다.



그런가하면 주은이 결혼을 약속한 애인인 주호의 가족을 처음 만나러 간 날의 이야기를 담은 ‘가족‘도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신세를 계속해서 한탄하는 아버지와 아들을 치켜세우다가도 깎아내리는 어머니, 그리고 발랄한 여동생 수영. 고아로 자란 주은이기에 가족과 가족이 된다는 것은 되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주은은 ‘가족이 뭘까‘라는 질문에 닿는다. 누군가를 사랑해서 함께 있고 싶을 뿐인데(결혼) 그 사람의 가족까지 삶에 들어온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조금 이상한 것 같다. 역시 이 말을 하고 싶어진다. 이러나 저러나 ‘효도는 셀프‘.



<겨울방학>을 읽으면서 나는 희망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희망은 있다. 벽에 갇혀 나가고 싶지 않은 상태에도, 나락으로, 절망으로 떨어진 상태에도 희망은 있다. 바닥에 처박혔다면 그대로 잠시 누워있다가 심호흡을 하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내가 나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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