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길래 기대했었는데 논어 에세이라는 말에 그만 시무룩해졌었다. 논어라니. 딱히 고전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중고대학교를 거치며 꼭 한 번씩은 타의로 논어를 접해야만했고, 내가 만났던 논어는 글쎄 다 좀 별로였다. 그래서 이 책도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재미 없으면 덮지 뭐’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만 끝까지 읽고 뒷표지를 덮고 말았다.



논어‘에세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논어의 구절들보다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저자의 유머가 가미된 문장들이 나를 살렸다. ‘학이시습지..’로 시작 안하는게 어디냐 하고 읽었는데 왠걸, 키득거리며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현 사회의 문제들을 한데 묶어 글을 풀어나가니 공감이 안 될 수가 없다. 쩍벌남, 고기예찬, 쉬는 방법에 대한 무지 등등.



‘<논어>에 담긴 생각은 이미 죽었다!’, ‘공자는 생각보다 무능하고 모순적인 인물이다!’부터, 21세기에 <논어>를 읽어내려간다는 것에 대해서까지 이 책은 능수능란하게 ‘딱딱한 고전’이라는 벽을 넘어 독자의 심금을 울린다.



나로서는 그간 학교에서 접했던 다시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논어의 이미지를 좀 더 말랑말랑하게 바꾸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높게 사고 싶다. 고난을 함께했던 학우들에게 이 책을 쥐어주고 ‘아니 얘들아 이 논어는 그 논어가 아니라니까?’하고 싶은 심정이랄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논어 에세이는 그의 논어 프로젝트의 서막에 불과하다고. 그 다음을 따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기대도 된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들
>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나도 간신히, 희망을, 꿀꺽 삼켜본다. (나도 논어 마스터가 될 수 있을지 몰라!)



(그런데 속표지가 베이비 핑크 색상이라니!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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