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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 ㅣ 두루미 사상서 1
허정숙 지음 / 두루미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 사회주의 여성운동가 허정숙의 글 열 편을 묶은 작고 얇은 책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 깔끔한 만듦새가 인상적이다. 실물을 만나보고 생각보다 두께가 얇은 책이라 놀랐으나 글을 한 편 한 편 읽다보니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표제작이기도 한 ‘나의 단발과 단발 전후‘는 신여성들의 단발이 가십거리가 되었던 당시 사회상을 꼬집은 명쾌한 글로, 여성이 단발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여성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말로 글을 맺고 있다. 이 글을 읽자마자 탄식이 나왔다. 세기가 바뀐 지금도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라는 당연한 말을 굳이 굳이 목터지게 하고 있는 형국이니 답답하지 않을수가. ‘‘신여성들에게‘를 읽고‘라는 글에서는 신여성들에게 헛소리를 남발한 어느 필자를 비판하고 있는데 ‘군은 신여성을 멸시하였다‘, ‘군의 논변은 심히 착란하다‘ 등의 표현에 쿡쿡 웃으며 읽었다. ‘군이 신여성에 대해 비판적 시찰을 한 것을 보니 군 역시 시대의 청년인 것이 분명하다‘는 문장에서는 한참을 멈춰 있었다.
‘여자해방은 경제적 독립이 근본‘이라는 글을 읽으면서는 ‘아니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이 대목에서야 앞에 실린 글에서 여성을 인터뷰하려는데 집안의 온갖 남자들이 권력을 행사하며 문 밖에서 26분을 기다렸다는 일화에서 터졌던 울화통을 잠재울 수 있었다. 기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자가 아니라 아파트다.‘(<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게 아니라고>)
몇년 전 아주 즐겁게 읽은 조선희 소설 <세 여자>가 생각나기도 했다. <세 여자>는 일제강점기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세 여성운동가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한 소설로 아직 읽지 못한 분들은 꼭 읽어보시기를. 또한 멋진 여성들의 글이 더 많이 발굴되기를, 더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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