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스케치 - 버지니아 울프 회고록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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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미완성) 회고록. 파편화된 기억들의 조각. <지난날의 스케치>는 그녀가 로저 프레이의 전기를 쓰던 1939년 틈틈이 적어내려간 회고록으로 그녀의 어린시절을 다루고 있다. 어머니의 죽음, 이복언니 스텔라의 죽음, 아버지와 이복형제의 폭정, 그리고 언니 바네사와 이 모든 것을 겪어야했던 상황 말이다.



울프의 글쓰기는 파편처럼 현재에서 시작되어(로저 프레이의 전기를 쓰다 막히는 순간으로부터) 밀물과 썰물처럼 과거로 흘러들어갔다가 나오기를 계속한다. 구체적인 순간이 생생하게 묘사되는 장면도 있지만 관념적인 언어로 설명하며 넘어가는 장면도 있다. 읽기 어렵지는 않았으니 다만 그녀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고통이 나이가 든 뒤에도 얼마나 생생하게 남아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이미 <등대로>를 비롯해 많은 작품을 써낸 뒤에 적어내려간 회고록이라, 글쓰기를 통해 얼마간 그 고통을 덜어낸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 짧은 회고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버지니아 울프가 아주 예민하고 섬세하게 순간의 느낌이나 감정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과 그것을 글로써 풀어나가는게 얼마간 성공했다는 점이다. 말로써 전달하기 어려운, 오로지 느낌으로만 알 수 있는 영적인 무언가를 언어화하는데 성공한 이들이 있다면 그 중 한명은 단연 버지니아 울프일테다. 그리하여 글 전체적으로나 울프가 묘사하는 그녀 자신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것이야말로 진실에 가깝지 않나 싶었다. 한 사람은 아주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고 시시각각 변화한다. 오히려 고정된 어떤 한 모습만으로 한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거짓에 가까우리라. 또한 기억은 원래 파편적이고 주관적이지 않은가.



˝I see myself as a fish in a stream; deflected; held in place but cannot describe the stream.˝_Virginia Woolf



+) 민음사 쏜살문고 여성문학 시리즈 디자인부터 작품선정까지 정말 마음에 든다. 인정.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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