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가을 2019 소설 보다
강화길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2019년에 완독한 마지막 책. ​

가장 최근의 첨예한 작품들을 작가의 인터뷰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는 소설 보다 시리즈. <소설 보다 가을 2019>를 이제서야 읽었다. 강화길의 ‘음복‘, 천희란의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허희정의 ‘실패한 여름휴가‘ 이렇게 세 작품이 수록되어있다. ​

천희란의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가 계속 머릿속을 떠다닌다. 어쩌면 문단 성폭력 사건의 그녀의 이야기. 어쩌면 나의 이야기. 폭력적인 연애 이야기. 자기 파멸적인 관계 이야기. ‘미래의 나‘가 당시의 나를 바라보는 이야기. 자멸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당사자 본인이 잘안다. 그럼에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아주 아주 아주 많다. 자신을 학대하기 때문에, 타인에게 학대당하는 자신의 모습을 갈구하기 때문에, 폭력도 사랑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에, 모든 주도권을 그에게 양도해버리고 싶기 때문에, 기타등등. 그런 마음을 너무 잘 안다. 소설 속 그녀에게 미래가 있어서 다행이다. 결국 당시의 모든 행동을 조금도 바꿀 수 없을지라도 미래의 내가 존재하며 그 존재가 함께 ‘우리‘로서 과거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이 소설 나에게는 엄청났다. 뒤에 실린 인터뷰도. <0의 기원>을 다시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러니까 내가 2019년의 마지막 날 <소설 보다 가을 2019>을,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를 읽으면서 계속해서 되뇌인 것은 내가 나를 학대해서는 안된다는 말이었다. 소설 속 그녀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도 그걸 몰랐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제, 나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사강의 말을 거부한다. 아무리 나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나를 파괴해서는 안된다. 학대하고 혐오하고 증오하고 죽여서는 안된다. 가장 먼저 내가 나의 편이 되어 나를 믿어야 한다. ​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

구원은 못할지라도 자멸하지 않는 2020년을 기대하며. 올해의 독서 리뷰 끝. ​ ​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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