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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최선의 롱런 - 문보영 산문집
문보영 지음 / 비사이드 / 2019년 11월
평점 :
나만 알고 싶은 책. 문보영 시인의 두번째 산문집 <준최선의 롱런>. 지난 상반기 출간된 시인의 첫번째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에 이어 새롭게 일용할 양식이 생겼다. (이렇게 열일해주시면 너무 좋다구요!) 전작이 시인이 12리터의 눈물을 비워내던 시기의 일기라면, 이번 책은 그 이후의 일기다. 단단한 일상을 살고자 ‘준최선‘을 다하는 오늘날들의 일기다. ‘문보영의 일기 딜리버리‘의 구독자라면 미리 만나본 글들일지도 모르겠다.
6월에 시인의 첫 산문집을 읽었을 때는 나도 정말 정말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데 시인의 우울과 불안, 슬픔, 그리고 한 스푼의 위트에 나도 모르게 큰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이후에 시인이 일상의 기록으로서 올리는 ‘어느 시인의 브이로그‘를 찾아보기도 하고(내가 특히 좋아하는 영상은 치앙마이에서 반지를 낀 손으로 둘둘 말린 볼라뇨를 읽는 시인의 어느 날), 일기 딜리버리를 신청해서 받아보기도 했다. 점차 시인이 ‘준최선의 나날‘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었듯 나도 제대로 나 자신을 알아가는 날들을 살아내는 사람이 되었다. 그게 좋았다. 시인과 독자의 평행선같아서.
이번 산문집 <준최선의 롱런>은 묵묵한 일상에 슬픔 한 스푼 위트 한 스푼을 얹은 것 같았다. 마음에 들었다. 신간 알림이 떴을 때 앞 뒤 생각하지 않고 주문해서 다음날 바로 다 읽어버렸다. 우리들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에 너무 길들여진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은 좋지만 자기자신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준최선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열심히 하긴 하되 딱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렇게 살다가 진짜 최선을 다해야 할때는 조금만 힘을 내면 되니까.
나는 일기 딜리버리가 우편으로 올 때 붙어있는 스티커들이 너무 좋다. (시집 <책기둥> 사인에 스티커도 너무 좋다.) 살아내는 나날들. 일기를 쓰듯이, 브이로그를 찍거나 보듯이 그냥 그렇게 묵묵히 일상을 살아내는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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