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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 / 달 / 2019년 9월
평점 :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 하면 웃긴 일화가 있다. 그의 첫 산문집 <끌림>이 한창 인기였던 10여년 전. 그 때의 나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유명한 책은 별로 읽고 싶지 않았고(...) 남들 다 <끌림>을 읽길래 고집스럽게 그 책을 피해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에서 검은 표지를 한 정체불명의 책을 발견했고, 집어들었고,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 제목도 확인 안하고 본문을 읽었나 싶은데, 그 책이 바로 겉표지를 벗긴 <끌림>이었다. 그 도서관에서는 책의 겉표지를 벗기고 정리해두는터라 흰색 표지의 <끌림>만을 염두에 두었던 나는 미처 피하지 못했던 것. 기억이 다소 낭만적으로 왜곡된 것 같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게 저자의 책과의 첫 만남이었다. <끌림> 이후에는 저자의 책이 출간되면 그냥 공손히 읽고 있다.
<혼자가 혼자에게>는 5년만에 출간된 저자의 네번째 산문집이다. 시인의 글, 사진, 여행. 그동안 저자의 산문집을 읽어온 이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 책은 그 기대를 충실히 이행하는 책일것이다. 요즘 갖은 이유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 책을 읽을 때 만큼은 걱정 없이 편안했다. 내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모든 이들은 각자의 외로움과 고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무엇으로도 해갈될 수 없는. 순간 잊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스스로 다스릴 수밖에 없는 그런 외로움과 고독 말이다.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기도 해서 ‘혼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번 산문집이 특히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아, 그리고 저자가 생일때마다 혼자 여행간다는 대목에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는데 왜냐하면 내가 딱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일날 축하를 기대하는 것도 싫고 특별한 날이 되는 것도 싫어서 그냥 혼자 떠난다. (이승우의 <생의 이면>과 함께…) 성인이 된 이후 매년 그래왔다. 그런데 이게 하나의 의식처럼 되어서 참 곤란해졌다. 생일을 아무것도 아닌 날로 여기려 한 것인데 오히려 더 특별하게 챙기는 셈이 되어버렸으니. 문득 저자의 생일들이 궁금하다. 어떤 생일들을 보내왔을지.
아무튼. 결국 모두가 혼자일수밖에 없으니 혼자여도, 혼자여서 괜찮은 날들이 계속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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