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를 써본게 얼마만이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다. 초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매일같이 편지를 주고받았었는데. 요즘은 생일 때 간단한 카드 정도 받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 지인들하고는 주로 카카오톡이나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야기하는 편이다. 업무 관련한 경우나 어른들과 연락할 때는 이메일과 전화를 사용한다. 그러니 손편지 쓸 일이 있을리가.



사실 나는 손으로 글씨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노트 어플과 캘린더 어플도 사용하지만 손으로 적는 스케줄러와 일기장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또, 메모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손으로 글씨 쓰는 일은 점점 줄고 따라서 글씨체도 점점 엉망이 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친애하는 미스터 최>는 사노 요코와 최정호 두 사람이 70년대부터 나눈 편지의 일부가 들어가 있다. 비록 활자로 인쇄되어 나오기는 했지만 이들이 손으로 쓴 편지를 우편을 통해 주고받았을 것을 생각하면 어쩐지 미소가 지어진다. 아! 사노 요코의 매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 근 몇 년간 사노 요코의 에세이들이 연이어 출간되었는데, 그녀만의 솔직하고 개성넘치는 글은 언제 읽어도 편안하고 재미있다. 그것은 미스터 최에게만 보내는 편지들에서도 여전하다. (사는 것의 천재, 사노 요코!) 이런 인연, 이런 우정이 가능했다는 것도 참 즐겁고 놀라운 일이다. 수십년에 걸쳐 한 사람과 지속해서 연락한다는 것, 그렇게 서로를 깊이 알게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인연은 아닐테다.



아, 나에게도 손편지를 주고받을 이가 생긴다면. 상대방이 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읽어줄지가 관건이겠지만, 난 정말 열심히 쓸 자신이 있는데! 다음의 연인이 생긴다면, 그 혹은 그녀가 편지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사람이라면, 매일매일 기나긴 사랑의 시를 써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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