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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8월
평점 :
<가기 전에 쓰는 글들>을 필두로 허수경 시인의 시와 글을 다시 찾아읽고 있다. 지난 일주일동안 조금씩 읽었던 이 책은 2003년 출간되었던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기도 한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다. 짧은 산문과 긴 편지로 이루어져있어 매일 조금씩 나누어 읽었다.
시인의 유고 산문집에서 느껴졌던 감정이 아주 단단하고 짙은 고독과 죽음이었다면 이 책에서 느껴졌던 것은 어떤 묵묵함이다. 낯선 나라에서 늙은 유학생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에서 수련을 행하는 수행자의 모습이 겹쳐졌다. 왜 시인은 떠나야만 했을까. 왜 시인은 고고학을 선택했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도 해보았지만, 결국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도망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바로 삶과 죽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마다 내가 주춤하게 된 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시인이 쥐고 있는 손수건이 ‘죽음‘이었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러면서 알았지요. 아, 한국을 떠나는 순간 시인은 죽었구나. 그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니까 거죽은 그대로 둔 채 삶과 죽음을 겁도 없이 오갈 수 있었던 거겠구나. 이 시인의 시가 언제듯 통곡의 가락일 수 있는 연유는 예 있었겠구나.‘- 출판사 서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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