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전에 쓰는 글들 - 허수경 유고집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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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밤을 침대 맡에 두고 읽었다. 허수경 시인의 유고집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책에는 시인의 7년간의 시작 메모, 문예지에 발표했던 시들, 작품론과 시론 각각 한 편씩이 실려있다.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참 고독하고 쓸쓸했다. 이국에서 고독에 잠겼을 시인을 상상하며 여행 사진첩을 뒤적여보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더 닿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근래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새벽에 불쑥 일어나 이 책을 뒤적인 적도 있다. 시인이 자신의 고아-고아성과 시 쓰는 찰나를 적은 부분을 뚫어지게 읽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그게 제가 당신의 시를 좋아하는 이유에요‘라고 휘갈기고, 어떤 페이지에서는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매일 괴로워요‘라고 적었다. 시인이 응답이라도 할 것처럼.



허수경 시인의 시와 산문을 깊게 읽었던 이라면 꼭 이 유고집을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나의 경우, 시인의 시를 더욱 아끼게 되었다. 아! 시작 메모중에서 자신의 시집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다‘는 후기를 발견하고 아연실색하던 메모가 생각난다. (그럴수도 있죠!) 시인은 자신의 시집들을 고아들이라 칭한 이였다. ‘이제는 또 다른 고아(독자, 나)인 제가 시집들 소중히 잘 돌볼게요. 걱정 마세요.‘ 중얼중얼 이렇게 내뱉어도 본다.



온라인 서점 등에서 볼 수 있는 ‘편집자의 책 소개‘도 꼭 함께 읽어주시길. 시인을 대신해 이 책을 완성한 김민정 시인(이자 편집자)의 글이 적혀있다. 두 시인의 마음이 전해져옴은 물론이고 일년여의 시간이 지나 유고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도 알 수 있다.



시인의 시들이 내게는 정말 큰 위안이 되어주었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가기 전에 쓰는 글들>도 물론 함께.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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