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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평점 :
과거. 기억. 노스텔지어. 주인공이 1970년대 후반 여자대학 기숙사에서 벌어졌던 일을 2017년 현재 친구의 소설을 읽으며 회상한다. 70년대의 사회적 상황과 기숙사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였던 20대 초반의 불안정하고 미성숙한 여성들의 이야기. 소설적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작중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집필한 주인공의 친구 희진이 너무 날카롭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내가 주인공 유경의 시점으로 희진을 바라보기만 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유경과 희진 둘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가 다르듯이 누구의 시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면이 보일 것이다.
과거에 대한 짙은 향수가 느껴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한 유경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단단함은 희진의 소설을 뒤늦게 읽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그녀가 적어도 과거의 자기 자신을 낭만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삶의 풍파를 겪어내고 60대에 이른 유경에게서는 평정심이 느껴진다. 오히려 끝도 없이 불안에 잠식당한 쪽은 소설을 읽은 나였다. 돌이킬 수 없는 날들에 대한 회고, 그것을 생각하면 기분이 너무나 아득해진다. 만약 내가 유경이라면 혹은 희진이라면,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었다.
쓸쓸함, 적막함, 체념, 단단함, 그리움의 잔향이 가득 남는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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