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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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렇게 재미있을수가. 초등학생 서영이의 시선을 빌려 학교 안 집단과 서열을 다룬 표제작 ‘피구왕 서영’은 물론이고, 극단적으로 가부장적인 집안에게 보란듯이 빅엿을 먹이는 ‘물 건너기 프로젝트’, 사회적 시선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로 결정한 이들의 ‘하이힐을 신지 않은 이유’,’까만 옷을 입은 여자’,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의 꼰대들에게 날리는 즉격탄 같은 ‘알레르기’까지. 한 편 한 편이 주옥같다.



독립 출판을 통해 소개되었다가 정식으로 출간된 작품이라니 더욱 의미있다. 작가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영영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니까. 게다가 간결한 문체와 누구나 한번쯤 겪어본 ‘집단 속에서 살아남기’라는 소재가 만나니 가독성과 흡입력 또한 제대로 갖췄다.



당연히 가장 놀라운 작품은 표제작 ‘피구왕 서영’이다. 학창시절의 나는 교실의 권력다툼에서 논외로 여겨지는, 혼자 열심히 공부하고 책읽는 학생이었지만 학교를 졸업하며 더 이상 교실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묘한 해방감을 느꼈었다. 당시 자각은 하지 못했지만 교실 안의 위계질서 같은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그 부분을 ‘피구왕 서영’에서는 서영을 주인공으로 짚어나간다. 결말에서 서영이 피구를 온전히 좋아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서 다행이다. 포식자 집단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기 자신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주 작은 용기와 함께할 친구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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