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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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페란테의 ‘나쁜 사랑 3부작‘ 두번째 <버려진 사랑>은 30대 후반의 여성 올가의 이야기다. 남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이별 통보를 받게 된 올가는 감정과 일상의 분열을 경험한다. 급기야는 과거 어린시절의 미친 여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기까지 이른다. 두 아이를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만 실상 그녀는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태에 빠진다. 엘레나 페란테는 이러한 올가의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낸다.



‘갑작스럽게 떠난 남편과 챙겨야 할 두 아이를 둔 중년 여성‘에 내가 온전히 이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설 속 올가의 행동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바람이 나서 떠난 것은 남편 마리오인데 왜 올가가 비참함에 빠져있어야 한단 말인가. 마치 그녀 삶의 모든 것이 마리오와 가정에 있는 것처럼! 전형적으로 고정된 성역할이라니. 이런 내 감정은 올가가 자신의 현실과 감정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마침내 빠져나오게 되면서 조금씩 평정을 되찾았다.



결국 사랑을 버린 것은 올가다. 아니, 이 소설은 올가가 마침내 마리오와의 사랑을 버리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녀가 마침내 홀로 서기까지의 이야기다. 기실 마리오 없이도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니라 올가 그녀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기까지의 이야기다.



‘나는 버림받고 혼자가 됐다고 무너져 내리거나 미쳐버리거나 목숨을 버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조금 망가지기는 했지만 나는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온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구든 내게 상처를 주려 한다면 나는 그대로 되갚아줄 것이다. 나는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나는 독침을 품은 말벌이다. 나는 시꺼먼 뱀이다. 나는 불 위를 걸어도 타죽지 않는 불멸의 생명체다. (143p)‘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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