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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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다. 황정은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두번째 소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정말 대단하다. 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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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는 세계란 내게는 아무래도 죽음인데 시집을 담당한 편집자에게는 어땠을까. 그에게도 죽음이었을까.”(316p). 글 속 화자가 쓰고 싶어 했던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 그 이야기의 제목이 바로 이 소설 자체의 제목이기도 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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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연재된 이 두번째 소설은 광화문 시위-박근혜 탄핵 시기를 현재로 놓고 1987년의 6월 항쟁, 1996년의 연세대 항쟁, 2009년 용산참사와 2014년 세월호 사건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니체와 바르트와 츠바이크 등을 끌어온다. 이렇게 서술된 부분에 작은 글씨로 쓰여진 신문기사 인용은 그 ‘객관성’에 독자를 놀라게 만들며 순간적인 거리감을 조성해낸다. 그리고 곧이어 이 세계의 참혹함을, 잔인함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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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라. 이 소설을. 보아라. 현실을. ‘혁명’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혀온 그리고 외면되어온 이들의 역사도 뒤돌아보아라. 그리고 탈출할 수 없는 이 지옥에서 살아남아라. ‘묵자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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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말을 하야 할 것이며, 말하는 이들을 응원해야할 것이다. 가해자에게는 엄격한 처벌을, 피해자에게는 보호를.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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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모두에게 읽어보시라 권한다. ’탈출이 불가능하다면 여기서 날 수밖에, 여기서 마찰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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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의 문학이란 무릇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힘을 얻어가는 것은 작가의 문장이 어쩐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악물고 나아가야한다’는 느낌을 주어서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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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세요.


https://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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