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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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소설이 있었다니. 개정판이 새로 출간되지 않았다면 영영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92년도에 쓰여진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은>. (94년도에 드라마화 된 적도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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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에서도 언급되듯 주인공 강민주는 현실적인 인물이 아닌 신화적인 인물이다. 여성우월론자 또한 아니다. 그녀는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그 질서를 향해 전쟁을 선포한 전사같다. 냉철하게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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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요 사건은 강민주가 인기 남배우 백승하를 납치한다는 것인데, 이미 흥미진진하다. 백승하는 일견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인 것도 같지만 사실 그는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자각 없이 그 흐름에 편승했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있다. 물론 이 소설의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강민주와 백승하의 만남이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외젠 이오네스코의 <수업> 이라니! 솔직히 이 극중극은 읽으면서도 정말 감탄했다. 작가의 노련한 솜씨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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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주가 극단적으로 강인하게 그려진 캐릭터이고,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하기에 그녀의 생각을 읽어나가는 묘미가 있었다. 자신을 선구자 격으로 여기는 듯한 그녀의 선선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서점 추천메모에 붙어있었던 것처럼 ‘개 쎈’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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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데 유용하게 쓰여야 할 사진’으로 소설을 봐달라는 작가의 말. 그러나, 92년에 쓰여진 이 소설 이후로 세상은 달라졌는가? 씁쓸하다.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작은 위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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