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할머니는 사랑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잠자리를 함께 하거나 친절하게 대하고 착한 행동을 해도 찾아오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이 다가오게 만들 도리가 없다는 것도 이상했다.(26p)’

<달나라에 사는 여인>의 원제는 프랑스어로 신장결석이라는 뜻의 'Mal Di Pietre'로 소설 속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이자 그녀가 만난 재향 군인과의 인연을 만들어준 둘 만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은 재향 군인이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겉표지의 일러스트는 달인 것 같기도 하고 결석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광증과 사랑, 욕망을 넘나드는 것처럼 이런 것 같기도 하고 저런 것 같기도 하다.


100페이지 남짓한 소설이라 가뿐히 끝내기는 했는데 정작 소설에 담긴 이야기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화자가 주인공의 손녀딸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할머니'라고 표현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가 손녀딸에게 해주는 이야기이기에 나 또한 구구절절 과거 무용담을 듣는 기분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그동안 꽁꽁 감춰둔 재향 군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화자인 손녀딸은 '문득문득 재향군인이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것 같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며 그들의 관계를 추측해본다. 마치 독자처럼. 어쩌면 이런 효과를 노려 화자를 손녀딸로 설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달나라에 사는 여인>은 한 여인의 이야기다. 뜨거운 욕망을 가졌고, 찰나의 달콤한 사랑을 경험했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 없으나 남몰래 글을 썼던 여인. 소설의 마지막에 삽입된 재향 군인의 마지막 편지에서 그는 말한다. "상상을 멈추지 마세요. 부인은 미치지 않았어요. 누가 부인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이 부적절하고 사악하다고 해도 믿지 마세요. 글을 쓰세요."(115p) 앞선 100페이지 남짓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상상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자. 주인공은 시를, 글을 썼다. 그리고 손녀딸에게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계속해서 자신 인생의 책을 써나갔다. 그 여인을 기억하자. 달나라에 사는 여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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