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올 여성들에게 - 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
마이라 스트로버 지음, 제현주 옮김 / 동녘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 본 도서는 동녘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뒤에 올 여성들에게

저자 마이라 스트로버

출판 동녘

발매 2018.10.08.


'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 최초의 여성 교수였던 마이라 스트로버의 회고록이다. 페미니즘에는 관심이 많지만 경제학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책을 펼치기가 조금 두려웠다. 게다가 이 책은 견고한 제본과 빳빳한 페이지들로 잔뜩 채워져 있어서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렇게 책상에 두고 보기를 며칠째, 드디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사실 나는 책을 굉장히 빨리 읽는 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었다면 400쪽 남짓한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숨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이라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박사과정을 밟기로 한 것, 시간강사와 조교수를 거쳐 교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동력이 된 여성 경제학 등 이 회고록은 마이라의 개인적인 삶과 그녀의 학문적 성취가 뒤엉켜 서술된다. 그 이유는 당연히 그 둘이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여성 학자의 거의 평생에 이은 숨가쁜 여정을 따라가려면 나도 힘을 바짝 내야 했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마이라가 여성으로서, 유대인으로서, 경제학도로서 마주했던 일들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마이라는 그녀가 삶에서 내린 결정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결국 그 결정은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가감없이 이야기한다.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경외감. 지적 자극에 갈급해하는 나에게 마이라가 학문의 길로 접어들어 거침없이 자신의 분야(여성 경제학)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나도 몰입해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어서 이 때 잠시 독서를 쉬어야했다.

"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가?" 이 문제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실재한다. 마이라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래와 같은 답을 얻는다.

'어떤 직종이 임금이나 승진 기회에서 매력이 떨어지면 남성은 다른 직종으로 옮겨갑니다. 직종 변화의 동인은 남성의 선호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사회가 남성에게 가족 부양을 맡기기 때문에 고용 주는 여성이 똑같은 일을 하는 경우보다 돈을 많이 줘야 하더라도 남성에게 직업을 먼저 선택할 권리를 준다 (270p)


놀라운 사실은 마이라가 이 상황을 연구하여 학계에 내보이기 전까지 백인 남성들은 이 문제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미 기득권층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것이 특권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연대와 사회 구조의 변화다. 정답은 언제나 같다. 나는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믿으며 또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라의 글을 읽으면서 더욱 확신했다.

<뒤에 올 여성들에게>는 여성이 마딱뜨리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을 (마이라의 학문적 측면) 소개하기도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조언을 얻을 수 있다. 가정에서의 균등한 가사분담이라던지, 여성의 커리어 선택이라던지, 결혼 후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해서라던지. 그리고 본인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어쨌든 여성 경제학의 선구자이자 결국 일과 가정을 동시에 꾸려나간 여성 선배가 있다는 건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후배들을 이끌어줄 훌륭한 안내서다.

여성이 힘을 얻으려면 우호적인 법적 환경, 젠더 평등을 촉진하는 사회 이데올로기, 여성의 열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제도, 여정 내내 손을 내밀어주는 남성과 여성 동지에게도 의존해야 한다. 모든 여성이 내 세대 선구자들이 견딘 것을 감수하길 원하지는 않는다. 성공이 널리 퍼지려면 사회와 고용주도 앞으로 걸어 나와 여성과 중간에서 만나야 한다. 지지, 유연성, 여성의 공헌을 인정하는 문화를 제공해야 한다. (38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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