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이 책은 스탠포드 경영 대학원 최초의 여성 교수였던 마이라 스트로버의 회고록이다. 페미니즘에는 관심이 많지만 경제학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이 책을 펼치기가 조금 두려웠다. 게다가 이 책은 견고한 제본과 빳빳한 페이지들로 잔뜩 채워져 있어서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렇게 책상에 두고 보기를 며칠째, 드디어 이 책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다.
사실 나는 책을 굉장히 빨리 읽는 편이기 때문에 마음만 먹었다면 400쪽 남짓한 이 책을 하루만에 다 읽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간에 숨고르는 시간이 필요했다. 마이라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박사과정을 밟기로 한 것, 시간강사와 조교수를 거쳐 교수가 되기까지, 그리고 그 동력이 된 여성 경제학 등 이 회고록은 마이라의 개인적인 삶과 그녀의 학문적 성취가 뒤엉켜 서술된다. 그 이유는 당연히 그 둘이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여성 학자의 거의 평생에 이은 숨가쁜 여정을 따라가려면 나도 힘을 바짝 내야 했다.
이 책은 1950년대부터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마이라가 여성으로서, 유대인으로서, 경제학도로서 마주했던 일들이 세세하게 적혀있다. 마이라는 그녀가 삶에서 내린 결정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결국 그 결정은 그녀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가감없이 이야기한다.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경외감. 지적 자극에 갈급해하는 나에게 마이라가 학문의 길로 접어들어 거침없이 자신의 분야(여성 경제학)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나도 몰입해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켰다. 꽤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어서 이 때 잠시 독서를 쉬어야했다.
"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가?" 이 문제는 여전히 오늘날에도 실재한다. 마이라가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아래와 같은 답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