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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김설기 지음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은지는 꽤 되었는데 책상 귀퉁이에 얹어놓고는 계속 피했다. 어떤 이야기들이 들어있을지 조금 뻔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내 우울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인데 다른 사람의 우울에 대한 글을 읽을 수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겠다고 자원했던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집어들었다. 저자의 우울이 너무 깊숙히 마음에 들어앉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빠르게 빠르게 휙휙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반쯤 가서 연필로 어마어마하게 밑줄을 긋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심지어 콧잔등이 시큰해지기까지 했다.
저자는 깊은 우울을 어느정도 이겨내는데 3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녀도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덜컥 겁이 났다. 그러면 나는 아직 멀었네? (내가 아직 깊은 우울에 목덜미 잡혀 있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결국 우울이 잦아드는 순간이 온다는 말이기도 했다. 나를 놓지 않으려는 꾸준한 시도가 나를 살게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기도 했다.
12월부터 1월까지 거꾸로 세어가듯 챕터가 나뉘어 있다. 나는 특히 저자가 우울을 치료하기 시작하며 나타난 주변인과의 일화들이 들어있어 좋았다. 후반부에 남자친구, 엄마, 아빠와 각각 나눈 인터뷰도. 실제로 우울을 앓을 때 가장 힘든 나 말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까지 신경쓰기란 어려운 일이니까. 우울을 특성들 중 하나로 받아들여주는 저자의 남자친구가 참 대단하게 느껴졌고, 치료 시작 이후 3년이 흐른 뒤 부모님과 나눈 대화는 솔직해서 좋았다. 저자의 우울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저자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점이 보여서. 나도 덩달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우울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울은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을 진짜 싫어한다. 우울은 그냥 우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일 뿐. 그리고 나 또한 조금은 확신있게 말 할 수 있다. 병원 진료와 상담이 도움이 된다고. (자신에게 맞는 곳이라면)
안표지에 쓰여진 저자의 사인 위 글귀로 리뷰를 마무리지을까 한다. “너무 나쁘지도 너무 좋지도 않은 날들이 계속되시길.”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