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스릴러물 작가 중 가장 다작한 작가로 손꼽히는 에드거 윌리스. 그가 1905년에 발표한 작품 <네 명의 의인>이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작품은 <네 명의 의인>을 필두로 총 6편의 시리즈로 구성되었는데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네 명의 의인. 이들은 스스로 악을 응징하고 벌하는, 살인도 불사하는 일종의 자경단이다. 이번 권에서 그들이 막고자 하는 것은 영국에서 처리되는 법안 -외국인 본국 송환법-이다. 이 네 명의 의인과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외무부 장관 레이먼 경의 대결이 주요 내용이다.
네 명의 의인이란 어떤 이들인가. "그들은 네 명의 의인의 정직함에 묘한 믿음을 두었다. 경찰은 그들이 평범한 범죄자가 아니며, 한 번 맹세한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략) 정직함이 네 명의 의인의 가장 끔찍한 특징이었다.(111)"
소설은 빠르게 읽힌다. 네 명의 의인이 서신을 통해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그것을 외무부 장관 레이먼 경이 받아보면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가 주된 내용이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이 네 명의 의인이 대체 무엇을 하는 이들인지, 누구인지, 왜 외국인 본국 송환법을 막고자 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주요 인물들의 핑퐁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독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디테일한 묘사가 부족하지 않나 싶었다. 이들이 막고자 하는 법안의 무게와 또 왜 당국은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만 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있었다면 작품이 더욱 깊어졌을 것 같다.
하지만 '네 명의 의인이라는 작자들이 과연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책 초반에서 던져진 화두만을 생각해 볼 때, 이 의문을 처음부터 끝가지 잘 끌고 가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디테일들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소설을 끝까지 읽어내려가는데 걸림돌은 없었다. 아마도 내가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들은 후속작들에서 조금 상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코난 도일, 에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에 사랑받은 작가인 만큼 비슷한 시기의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표지 디자인.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폰트. 왜. 굳이. 차라리 표지 중앙의 영문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내세웠더라면 훨씬 인상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