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Work - 열심히 일하면 어디까지 올라갈까?
CrimethInc 지음, 박준호 옮김 / 마티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하나의 피라미드에서 시작된다. 그 피라미드는 아홉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크게 보면 자본가, 착취당하는 자, 배제된 자로 나눌 수 있다. 역시나(!) 자본가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앉아 있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적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누르는 ‘갑’이다.

그 아래에 있는 착취당하는 자와 배제된 자들은 조금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이 피라미드가 분리와 차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누군가 소외되지 않으면 누군가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이 피라미드, 자본주의의 법칙이다.

 

자본주의는 부를 만들어 내지만, 더 많은 가난도 만들어 낸다. 한 사람이 축적할 수 있는 부에는 한계가 없지만, 한 사람이 착취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몇몇 억만장자를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져야 하는 이유다.(198~170쪽)

 

그러니까 출근길에 만원의 지하철에서 자기 계발을 위한 책을 읽더라도, 야근이나 잔업을 하며 열심히 일하더라도, 적은 월급을 아끼고 아껴 빠듯하게 살아도 우리의 삶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서 뭔가 이루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가난해지도록 피라미드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이렇게 사는 것은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자기가 덜 계발되어서가 아니라 이 피라미드 자체가 사람들이 좀처럼 움직일 수 없게 짜여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출근길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흐린 눈을 보거나 월급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가거나 야근 후 집으로 들어가서 내일 출근을 위해 쫓기듯 잠을 청할 때 ‘아, 내가 진짜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 버린다. 그런데 맙소사, 그 생각이 옳았다.

그것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진짜 그래’ 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얻은 성찰을 풀어낸 책이니까.

이쯤에서 멘붕이 온다. ‘내가 이제껏 했던 그 모든 노력들이 헛수고란 말인가’. 아니라는 말은 못 하겠고 ‘아, 그래서 어쩌라고! 어쩔 수 없잖아’ 하는 반발심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의 해답은 뜻밖에 간단하다. “그래, 내가 이렇게 살 이유가 없어!”라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라. 그러고는? 책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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