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이 북조선을 흡수통일 한 뒤 5년이 흘렀다. 북조선 사회는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진다. 그들 세계를 구성하던 논리는 존재하지 않은 듯 사라지고 새로 생긴 땅에서 그들은 2등 구성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어쩌면 자존심 하나로 버텨왔을 나라의 국민들은 그저 고개를 숙이며 살고 있다. 주린 배를 움켜잡고 버텨왔던 한스러운 세월은 갔지만 지난 세월을 위로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빠르게 사회의 밑바닥을 구성해갔다. 실제로 땅굴을 파는 이도 있었지만 사실은 삶을 내던진 격이었다. 그들에게 이곳은 현실이었고 살아남는 것은 그들이 유일하게 마주한 과제였다. 그들의 새로운 이름은 건달 혹은 화류계의 꽃- 모두 알몸을 하고 서울을 살아가고 있었다. 남한 사람들이라고 삶이 행복하겠느냐만 모두들 북조선 사람들을 깔고 앉아 서러운 자기 위안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미끄러져 내려간 모든 사람들은 불안을 품고 있다. 그 불안은 잔인하게도 인간성을 잠식해 가는데 누군가를 아래에 두어야 나의 존재가 증명되는 것인냥 존재를 조급하게 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너도 나도 같은 존재라는 이해없이 이루어진 어떠한 구호도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시뮬레이션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21세기 남한 작가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뜨거운 것을 그려보겠다던 작가의 목표는 성공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