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안하다고 말해>를 저녁 11시에 읽기 시작해서 새벽 3시에 잠들었다.

 (늦은 이유가 있다)

 그 전작들에 대한 느낌이 너무 강한 탓도 있고, 

 조 올로클린의 활약은 여전히 대단하지만 

 사건 해결에 피해자의 일기 형식의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전작만큼은 아니었지만 

 다음날 출근의 압박에도 새벽까지 마지막 장까지 볼 정도의 흡입력과 재미는 있었다.

 덕분에 체력과 시간과 잠의 댓가로 피곤과 다크서클과 한시간 정도의 노화를 얻었다. 

 그리고 여러잔의 커피도



책을 늦은 시간에 본 이유는 이러했다.


토요일엔 책 정리를 했다.

전날 저녁 엄마와 마지못해 약속을 한 것도 있었지만

누워있는 내 눈에 책 더미 사이의 먼지 뭉텅이가 발견 되어버린 탓이 컸다.


긴 직사각경 모양의 내 방은 창문을 보고 양 옆으로 책 무더기들이 있는데

초반에 가지런히 정리를 하다가 나중엔 귀찮아서 겹치고 또 겹쳐져서 

읽을 책을 찾을라 치면 한참을 뒤적거려야 했고, 

그렇게 뒤적여진 책들 위로 또 다시 새책이 올려지는 것이 여러날에 걸쳐 반복됐다.


토요일 난 큰 결심 끝에 책 무더기 앞에 서서 아이폰으로 음악을 플레이 했다.

그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뒤쪽에 놓인 책들의 먼지도 닦아냈다.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플레이 리스트 음악이 두 바퀴를 돌고 난 후 난 동생들에게 톡을 보냈다.

엉망이 된 방 사진과 함께 


살려줘!!!!


둘째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며 책 정리를 하라고 했고, 거기에 난 그럴까? 라고 대답을 했다.

막내는 책을 왜 버려? 버리지마 걍 놔둬 정리를 잘해야지 라고 했고, 거기에 난 그렇지? 라고 대답을 했다.


정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먼지가 너무 많다는 것과

내가 읽지 않은 책이 상당히 많다는 것과

읽지 않는 책 구입 시기가 찍혀진 날짜 도장을 보니 2014년이었던 것과

읽지 않은 대부분의 책이 뒤쪽에 있어서 발견이 힘들었다는 것과

짝이 없는 책이 있었다는 것과

그 짝들을 찾기 위해서 굳이 책장의 책까지 꺼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의 책 청소는 바닥의 책으로 한정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벅차다)



 









 

   

  



애들아 어디간거니...?

언젠가는 책장을 뒤져봐야 할테지만 

이 책들 말고 다른 책들도 짝이 없는 게 나올 것 같다. 틀림 없이!

 

아무튼 정리가 끝나고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잠을 자고, 

어제 아침 기다리던 로보텀의 신간을 찾는데 책이 없다!

없다!

없는 것이다!!!!


아차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출근 하려는 그 아침에 한손에는 핸드폰을 다른 손에는 핸드백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낀채로 시선은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에 두고서....


퇴근 후 난 정리 된 책들을 도로 앞으로 빼서 로보텀 신간을 찾기 시작했다.

어제 정리했던 그 책들을 다시 뒤적이고, 분명히 어제 닦았는데 또 발견되는 먼지를 닦으면서

이번에는 이미 본 책들을 뒤쪽에, 아직 보지 않은 책은 앞쪽에,

빠른 시간내에 볼 책들은 제일 위쪽에 놔둔다.


뒤쪽의 뒤쪽의 아래에서 로보텀의 신간을 찾아내고, 다시 바닥을 닦고, 책을 밀어넣고,

밥을 먹고, 씻고, 게임 방송을 보고 나자 드디어 책 볼 시간이 된다.


그렇게 저녁 11시 첫 페이지를 넘겼다.


책을 늦게 보게 된 이유가, 새벽까지 이어져서 다음 날까지 힘들었던 이유가 이러했다.

그리고 난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다음 권을 또 기다린다. 

여러날이 되겠지만...



좋아하는 작가와 시리즈와 잡지가 나오면 자동으로 구입을 누르게 되는데 

(스티븐 킹와 미미여사는 너무 당연하니 생략하고)

이미 완결된 것은 아쉽고, 아직 시리즈가 계속되어 기다리는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주는 시리즈도 있다.


기다리다 목이 빠질듯한 마틴옹의 얼불노시리즈와










최근에 신간이 나온 마이클 로보텀의 조 울로클린 시리즈가 있고,










영화 본콜렉터로 더 유명한 링컨라임 시리즈가 있고,










더이상 나오지 않아 슬픈 앨런 브래들리의 플라비아 시리즈가 있고,








 


최근에 버닝 중인 빅토리아 애비야드의 레드퀸 시리즈가 있고,










작가가 사망하여 슬픈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있고,










읽었을 때 상당히 신선했던 톰 롭 스미스의 차일드44 시리즈도 있고,










<당신들의 조국> 이라는 책을 처음으로 접한 뒤에 시리즈는 아니어도 신간이 나올때마다 

구입을 누르게 되는 로버트해리스의 책들도 있다.










이미 7부작으로 마무리 발표가 난 얼불노는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링컨라임과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의 작은 소망이랄까....





PS.


지난주 퇴근을 하면서 빠르게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오려 했다.

나보다 먼저 부모님이 찾는다면 이제는 친숙한 알라딘 그림과 박스의 무게에 한바탕 잔소리가 시작될 것이다.


부모님이 처음부터 책 구입에 대해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어렸을 땐 책 구입에 대해선 용돈을 잘 주셨고, 꽉 들어찬 책장을 본인 것처럼 자랑스러워 했다.

교대 근무 후 꿀잠중인 내 방을 벌컥 열고 들어와 방문한 지인에게 책장을 구경 시킬정도로.

아마도 아버진 주로 오후 근무를 하는 딸이 당연히 집에 없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눈꼽이 끼고, 부시시한 머리에 놀래서 뒤집어 쓴 이불 밖으로 평소보다 높은 톤의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내 딸이 책을 이렇게 많이 봅니다. 책장 꽉 찼죠? 

저게 지금 이중으로 끼운거라 앞 쪽 말고 뒤쪽에 한줄이 더 있어요

시집이요? 핫핫핫핫 그러게요 시집을 가야죠. 시집갈 때 큰일 났네요 저 책들을 핫핫핫 

아니 책을 보라니까 남의 집 딸 결혼 걱정을 해요? 본인이 알아서 하겠지~

주섬주섬 머리를 넘기며 추레한 차림으로 일어나 뒤늦은 인사를 하는 나에게 

아버지와 아버지 지인은 한없이 미안한 표정으로 잠을 깨워서 미안하고,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어 미안하다며 거듭 사과를 하며 나가셨다.


그럴때가 있었다. 그렇게 내 책들을 자랑할 때가 분명히 있었다. 


가뜩이나 정리와는 거리가 멀어 들쑥날쑥인 내 방에 줄기는 커녕 자꾸만 늘어나는 책들과

그만큼 늘어나는 먼지를 머리카락과 함께 청소를 할 때마다 엄마는 팔짱을 끼고 말한다.


잠시 구입을 멈추고, 있는 책을 다 보고, 네 독립 혹은 결혼 후에 다시 구입을 하면 안되겠니?


그래서 택배를 받을때 마다 그게 책이건 아니건 일단의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는 부모님 눈을 피해

경비실에서 내 차로, 그 뒤론 몇 권씩 내 방으로 이동을 시켰다.

난 아직 책이 고파서 조금 줄기는 했어도 구입을 멈추진 않았고, 

그 일로 부모님과 투닥거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날은 늦었다.

아니 난 빨랐지만 부모님이 더 빨랐다.

퇴근 후 빠르게 경비실에 달려가자 경비 아저씨는 방금 전에 부모님이 다녀가셨다고 말해준다.

결혼 후 난데 없이 효녀가 된 여동생이 집으로 생선을 배달시켰고, 

고등어 구이를 너무 좋아하는 아버지는 경비실에 맡겨놨다는 여동생의 연락에 냉큼 달렸갔다.

거기엔 생선 상자 두개와 같이 보낸 과일 상자와 

큼직만한 책 상자와 허허 웃고 있는 경비아저씨가 계셨다고 한다.


현관 문을 열자 고등어 굽는 냄새와 함께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실과 통하는 중간 문 밖에 얌전히 놓여있는 책 상자가 보였다.

그리고 경비실에서 빌려온 듯한 손수레도 있었다.

칠순 넘은 아버지가 낑낑대며 손수레를 끌고 오며 얼마나 짜증이 났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빨리 온다고 온건데 아버지의 고등어에 대한 애정이 더 깊었나보다.


불쌍하게 놓여있는 책 상자를 방에 넣어두고 부엌으로 갔다.

고등어를 굽던 엄마가 나를 보지도 않고 말한다. 

강하고 단호하게.


내일 청소해. 먼지 닦아. 책 정리 다해 


네 


기운 없이 대답한 후 난 방에 들어갔고, 상자를 책 무더기 옆에 두고, 씻지도 않고 누웠다.

모로 누워 티브이 리모컨을 찾던 내 눈에 그게 보인다.

하얀책과 붉은 책사이의 먼지뭉텅이가.

청소를 안 한지 이주가 넘었던가???? 

리모컨을 눌러 티브이를 켰다.

좀 더 부지런 해야겠다.

책도 부지런히 읽고, 청소도 부지런히 하고,


이게 내가 토요일에 책 정리와 함께 청소를 하게 된 이유다.

두시에 시작해서, 무한도전 보면서 끝냈다. 그렇게 청소를...




PS 2.



  






   지금 읽고 있는 책.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책이 너무 많다.

   책을 읽고 싶어 가져온 것도 있지만

   구입해서 집에 도착한 날짜가 2014년 11월 18일인게 큰 이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7-04-04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이지 않는 수호자] 뭐죠? 나는 처음보는 책인데 표지가 몹시 궁금증을 유발하는군요...보고싶네요? ㅎㅎ

저도 집으로 책 배달 시키면 아빠가 ‘우리 락방이는 술도 좋아하면서 책도 좋아하는 거 참 신기해, 니가 책 좋아하는 거 좋아‘ 라고 하시더니, 얼마 안가 ‘또 책 샀니?‘ 로 바뀌셨고, 급기야는 ‘그만좀 사!‘ 가 되어버려서!!! 회사로 배달시키고 조금씩 집으로 나르고 있다는 제 소식을 전합니다. 꽥 -0-

그래도 저는 그렇게 막 쌓이게 안하려고 읽는대로 족족 다 팔아버려요. 알라딘에 팔기로 팔고 회원에게 팔고, 이제는 드물지만 방출도 하고있고, 오래전에 샀는데 안 읽은 책은 앞으로도 안읽겠구나 싶어서 또 팔아버려요. 그래서 방의 책은 쌓이다가 정리되고 쌓이다가 정리되고..그러고 있어요... 휴.....

버벌 2017-04-04 15: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락방님. <보이지않는 수호자>는 저도 정리하면서 보고 이게 뭐야?? 했습니다. ㅡㅡ
책에 찍힌 날짜 도장을 보니 2014년 11월 18일. 전 그동안 이책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 부모님도 책 구입에 대해 불편해해서 ㅋㅋㅋ 숨겨서 이동시킵니다. 락방님처럼. 제 차에 두기도 하고, 회사로 배달시켜서 캐비닛에 두고 나르기도 하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이 책들을 어찌할까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요새.

날이 풀려서 놀러가고 싶어요~~~

다락방 2017-04-04 16:36   좋아요 1 | URL
서울 한 번 떠요. 나랑 놉시다! ㅋㅋ

버벌 2017-04-05 09:49   좋아요 0 | URL
꺅꺅꺅꺅꺅꺅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