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작가들 중 하나이다. 그는 지인들과 대화를 할 수있는 몇 안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는 그의 책은 "상실의 시대와" "해변의 카프카" "IQ84". 책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은 겪는 "상실의 시대"는 그들의 사랑에 동참하고 싶어서, 실은 아는 동생의 100퍼센트 감정이입이 된 사랑에 관한 절절한 리뷰에 구입을 했지만 동참은 커녕 그 비슷한 마음을 느껴보기도 전에 덮었고, "해변의 카프카"는 초반에 덮어 버린 " 상실의 시대"에 하루키에 대한 생각이 혹시나 바뀔까봐.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 "IQ84"는 아끼는 책 중 하나인 "1984"와 제목이 닮아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는데 결제를 하기 전 선물로 받아버렸다. 선물을 받으면 언제나 초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지만 선물을 준 이도 하루키도 유쾌한 기억이 없던터라 책은 저멀리 관심에서 벗어나 버리고 만다. 저런 저런. 지금 내 책장엔 "상실의시대" "해변의카프카" "IQ84" 가 나란히 꽂혀있다. 흔한 지문도 없이 먼지만 잔뜩 안은 채로.
사람은 미워해도 책은 미워하면 안된다. (으음)
자. 그런데. 그의 책 중에 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보자마자 이런 저런 이유 없이 그냥 <사고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고싶다> <살까?> <사야하나?> 많은 이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작가인만큼 나도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하긴 하나 감상을 할 정도로 혹은 비판을 할 정도로 그의 책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인지라 구입을 하고 나서 또 그리고 역시 끝을 내지 못하고 "IQ84"옆에 만들어 준 자리에 들어가게 될지(지금은 "나는 훌리아 아줌마와 결혼했다" 가 꽂혀있다), 아니면 "상실의 시대"를 다시 뽑아들게 할지.
이상한 일이다. 책을 읽지 않은 지금도 그는 나에게 좋은 작가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말하기에) 그래서 그의 책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 책을 봤을때 단순히 <사고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 <산다> 모드에서 난 망설이고 있다. 일단을 구입을 해야 길이 갈릴텐데 난 지금 구입 마저도 망설이고 있다. 이런 망설이다니. 호기심이 힘을 쓰질 못한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도 좋아지지 않은 책이기에. 작가이기에. 생각을 정리하자. 호기심에 힘을 실었다. 충분히 그래도 되는 작가이다. 이건 내가 가지고 있는 그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이다. 그래서 구입했다.
나는 다시 한번 노력을 해볼 참이다. 먼지 묵은 "상실의 시대"를 꺼내서 좀 더 오래전에 읽었으면 좋았을 걸 하며 후회를 하길 바라면서, 하루키를 알고 좋아하는 다른이들과 적어도 대화 정도는 할 수 있을 정도는 되기를 바라면서,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생각하길 바라면서. 하루키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공유하기를 바라면서.
덧붙임.
하루키의 책을 읽고나서 그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난 조지 R.R. 마틴이 더 좋을테고, 스티븐 킹 신작을 기다릴것이다. 이런 생각은 망설임도 없다. 사람 취향은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얼음과 불의노래" 5부는 언제나 번역이 끝날지. 저기 마틴옹. 목이 늘어나고 늘어나서 리본 처럼 묶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 그만하시고, 다른 곳에 팔았던 눈도 어서 제자리에 돌려놓으세요. 다음 권을 내 주셔야죠. 저 또다시 1부 부터 읽어야 합니까? 그리고 들리는 소문에 5부에서 누군가가 또! 죽는다고 하는데. 주요 인물 좀 그만 죽여주세요. 인자하게 생긴 분이 왜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