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중에 선배가 묻는다.
"넌 일 그만 두면 뭘 할거니?"
작가가 꿈이 아니고 단지 글을 쓰는 게 꿈이었던 내가 몇초의 말성임도 없이 대답했다.
"글 써야죠"
계속해서 일을 그만두기를 고민하는 선배의 주절거림에
난 몇년 전 우연히 알게 되어 읽고난 뒤 득템했다는 탄성을 지르게 했던
<코끼리에게 물을> 작가 새러 그루언을 떠올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책장에서 <코끼리에게 물을>을 꺼내들었다.
쌓인 먼지를 털고, 하드커버를 열어 작가 소개란을 다시 읽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태어났으며 오타와의 칼튼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한 통계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전문 작가로 일하게 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일자리를 잃고 만다.
그때 그녀 스스로 중대한 모험을 결심하는데,
새 일자리를 찾는 대신 장편소설 쓰기에 전념하기로 한 것이다
난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졸업 후 전문작가로 일하지도 않았으며
10년간 한 직장에 박혀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는 적응이란 걸 하고야 말았다.
그러니 중대한 모험을 한 새러 그루언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며
현실과 타협중인 나는
언젠가는 이라는 말만 되돌이표.
무언가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난 잊지 않고 있다.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지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참.
<코끼리에게 물을> 은 리즈위더스푼 주연으로 영화로도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