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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지음, 주익종 옮김 / 필맥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맞벌이의 함정>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얻은 뜻밖의 수확이다. 읽고 나서 2003년에 출간됐음에 놀랐을 정도로 지금을 살아가는 맞벌이에게도 주는 시사점이 많다. 사실 제목을 보고 손길이 갔을 때만 해도, 지금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맞벌이라는(그래서 비교적 풍요롭다는) 생각에 불필요하게 지출이 많은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관심이 간 거였다. 그런데 왠걸. 그게 바로 저자들이 깨고자 했던 맞벌이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핵심은 이렇다. 가정 경제가 위험에 빠지는 주요 이유는 실직, 질병, 이혼, 노부모 부양이다. 저자가 앞의 세가지만 꼽은 건 노부모 부양도 큰 범주에서 질병에 포함되기 때문이겠지만, 나에겐 실질적인 별도 문제로 와닿았기 때문에 4번째 요인으로 꼽아 본다. 일하는 여성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하게 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4가지는 사실 표면적인 이유, 재정 파탄이 수면으로 나타나는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좀더 근본적인 이유는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당연시되면서 가계 수입이 늘어나고, 교육과 주거에 대한 인플레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자녀가 중산층 생활을 누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중산층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하려고 많은 고정비용이 발생한다. 유치원(pre-school), 대학교 등록금, 주택 구입자금이다.
여기서 주택 구입자금은 미국 책이라 모기지로 표현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변동금리인부동산 담보대출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쩜 이렇게 미국과 판박이인지, 미국 역시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학군 문제 때문에 좋은 지역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었다. 물론 미국은 우리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서,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등록금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또한 교외로 집을 옮기는 이유 중에 학군뿐만 아니라 도심에서의 삶이 위험하다는 치안 문제도 있다.
책에서 지적하는 부분이 사실 모르던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뭐랄까. 눈의 콩꺼풀을 벗겨내어 정말 중요한 핵심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여기에는 저자들의 철저한 데이터/사료 분석도 한몫을 한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가장 깼던 부분은 이거다. 맞벌이는 과소비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니라, 중산층 생활을 위해 교육비와 집 구입에 무리를 하기 때문에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평소에 외식, 여행 등의 지출을 하던 집은 위기가 왔을 때 그런 지출을 줄여서 견뎌나갈 수 있지만, 빡빡하게 살던 집이 오히려 더 위기에 취약할 수 있다. 차라리 외식하고 여행하고 삶을 즐기면서, 한 사람 수입만으로 고정지출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법학과 경영 전문가이자 엄마와 딸인 저자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지적과 강한 주장들을 했지만, 투표 때 말고 정치에 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로서는 관심이 떨어지는 부분이었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기력감 때문이라고 해 두자. 대신 마지막 장의 개인을 위한 실질적인 처방법은 재정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독삼행을 위한 나의 Action Plan은 다음과 같다.
1. 고정지출이 월수입의 50% 내에서 해결되는지 확인한다.
2. 보험료/연금보험을 고정지출에 넣고 50%선을 맞출 수 있을지 시뮬해본다.
3. 의료실비보험 가입하기. 안전망이 필요하다.
4. 부모님 장기요양보험 알아보기.
그동안 '10억 만들기 재테크', '경매' 돌풍을 지나 '재무관리'의 시대를 겪으면서 가계재정에 조언하는 책들에 좀 질린 감이 있었다. 그런데 보험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유럽 모델이 아닌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상, 만약에 대비하는 안전망을 개인적으로 준비해놔야 하기에.
가정에 찾아올 수 있는 리스크 중에 실직은 예측할 수 없으니 평소 지출규모를 관리하는 수밖에 없고, 선택에 있어서는 주거지역을 고르고 집을 사는 순간이 가계경제에 가장 중요한 순간인 듯 하다. 책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지만 고민도 깊어진다. Risk Management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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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님. 같이보면 좋은 영화 추천 http://bluejames77.blog.me/80150808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