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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그리고 SK 와이번스 - 김정준 전 SK 와이번스 전력분석코치가 말하는
김정준.최희진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한국 남자들의 관심사 대한 주제를 모아 랭크를 보여주는 케이블 채널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프로야구 메가톤급 징크스’를 대한 랭크가 흥미로웠지요. 밤비노의 저주, 염소의 저주, 롯데의 사직구장 징크스, 그 중에 1위가 ‘징크스의 화신’ 김성근 감독이었습니다.
감독님은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 했던 일은 다음 경기에 앞서서 반복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SK가 16연승을 했을 때는 면도를 하지 않았고, 이긴 날 양말을 왼쪽으로 신었으면 다음 경기 날에도 반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패배한 날에 누군가를 만났거나, 먹었던 것을 절대 하지 않기 때문에 알려진 것도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까지 합한다며 엄청난 숫자일 겁니다.
김성근 감독님의 아들이자 SK 와이번스의 전력분석코치였던 김정준씨가 이 책에서 밝힌 것 중 하나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처음 밥을 사달라고 하고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만, 경기에서 졌답니다. 그 뒤로 아버지와 밥을 먹을 수 없었다고. ^^;
이런 일화들이 책을 읽다 보면 그냥 웃어넘길 수 없습니다. 삶의 전부가 야구였던 한 남자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이 책에 김성근 감독님이 SK에서 보낸 1769일간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함께 책을 쓴 최희진 기자가 이슈가 되었던 경기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김정준 코치가 SK가 지나온 경기들과 SK 구단과 있었던 밝히지 못했던 이야기가 현장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벌떼야구 혹은 재미없는 야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김성근 감독님의 야구가 어떤 스타일인지, 관중의 입장이 아닌 임하는 이의 프로 야구를 대하는 자세에 감정이입 하게 됩니다.
프로야구에서 이기는 것이 꼭 달성해야 하는 목표인 것은 당연하다 생각되지만, 갑과 을인 프론트와 감독의 이해관계에서는 좀 더 미묘한 것인 것 봅니다. 기업은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하고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팀의 우승과 승리가 중요하지만 절대적인 목표는 아닌 것이지요. 기센 야구 선수들을 이끌고 최고의 팀을 만들어 승리하는 것이 목표인 감독과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을 순간도 있을 겁니다. 이 책에서는 그 과정과 이슈가 되었던 관계 당사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이해 관계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고 모든 일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있습니다. 많은 야구팬들이 비난하고 SK팬이 등을 돌린 것은 SK 와이번스의 구단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에 있었겠지요. 4년 동안 3번의 우승을 이루고 1번의 준우승을 이룬 감독과 결별 과정은 아쉬움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모자란 큰 실망을 남겼습니다. 팀에서 기념비적인 공헌을 한 선수가 떠날 때 그 선수가 쓰던 번호를 결번으로 두고 기리는 것이 관례인 프로 스포츠계에서 말입니다.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고도 아쉬워서 우는 선수들, 금메달에 비하면 초라한 관심을 보며 1등만을 기억하는 냉정함에 반성합니다. 즐기며 순위에 상관없이 자기 만족의 가치를 존중하는 다양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프로의 세계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승리를 목표를 향한 순수한 열정은 너무 지독하고 냉혹하다는 느껴질 때가 있고, 그것이 도에 지나칠 때는 보는 이의 고개를 돌리게 합니다.
하지만 승리를 위해서 미신스러운 징크스까지 고집하면서 꿋꿋이 최선을 다하는 어떤 승부는 숙연함은 느끼게 합니다. 야구 감독이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이 있다면 첫 번째가 팀의 우승이라고 밝히며 야구의 신화로 남은, 야구가 삶의 전부였던 감독의 그 치열함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김성근 감독님이 이끌던 SK와이번스를 응원하고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던 팬에게는 그 시간은, 응원하던 팀이 이기고 지는 경기를 넘어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경기를 보면서 삶의 고비도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고, 자신의 한계가 극복가능한 희망의 메시지로, 자신의 근성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어떤 승부는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포츠에 울고 웃고, 때로는 미친 듯이 열광하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