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탁 : 가방을 넘어서
레나테 멘치 지음, 이수영 옮김 / 안그라픽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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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탁을 처음 접한 건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의 가방이었다. 
스위스에서 트럭을 덮었던 방수포을 수집해 씻고 재활용해 만들었다는 가방. 

가방에 부분적으로 드러난 절묘하게 커팅된 색감이 멋지긴 했다. 하지만 새 제품을 사도 누가 쓰던 가방인 듯 사용감이 느껴진다. 재활용 소재로 만든 가방 들 사이에서 프라이탁은 적지 않은 가격임은 틀림없다. (프라이탁을 스위스에서 생산한다는 걸 듣고 나니 이해가 가지만.) 
'아름다운 가게'에서도 소파 가죽으로 카드홀더를 제작하고 현수막 등을 뜯어서 가방을 만들었다. 가방라인의 생산은 원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소재면에서 우리나라의 방수포과 스위스에서 쓰던 방수포와 비교해 흡족한 소재는 아니었다고. 단지 소재의 문제였을까. 

타이포그라피가 말 없이 책이 담은 이야기의 정체성을 보여주듯이 가방에 있어서 소재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 룰을 따르지 않고 거둔 영리한 성공은 더욱 흥미롭다. 1978년 프라다는 텐트나 낙하산을 만들던 나일론을 가공해 명품 가방을 만들었다. 어떤 럭셔리 브랜드는 자세히 봐도 찾기 힘든 악어가죽의 새끼손톱보다 작은 흠집을 지적하며 세계에서 생산되는 상위 1%의 소재로 만드는 명품 가방을 만드는 자부심을 드러낸다. 
프라다는 초반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검은 색의 싸고 가벼운 나일론을 럭셔리하게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유행하던 미니멀리즘 트렌드 시기가 맞물렸고 명품이면서 실용적인 제품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 프라이탁은 몇 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 쓰고 거리를 누빈 낡은 트럭 방수천에 멋진 색상 컷팅과 튼튼한 내구성, 완성도 높은 제품 과정에 친환경적인 메세지를 넣었다. 그리고 희소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으고 싶은 가방으로 자리잡았다. 

멋진 가방이 잘 팔리고 마니아를 형성하는 건 경우는 많지만 프라이탁 사용자처럼 페이스북과 플리커에 쓰고 있는 모습을 사진찍고 공유하는 모습은 보기 드물다. 프라이탁 형제와 경영, 디자인, 제작, 마케팅을 맡은 브랜드 관계자의 인터뷰를 보면 프라이탁이 추구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프라이탁의 성장은 반드시 더 많은 판매를 뜻하지는 않고 지금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싶다는 프라이탁 CEO 모니카 발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가방으로 갖고 있는 사람을 짐작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 사용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많은 다수가 사랑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듯이. 프라이탁은 프라이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이 평소에 애용하는 가방을 넘어서 브랜드와 소통하는 마니아 양산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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