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누구인가 - 진지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자기 탐구 놀이
롤프 도벨리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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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따위는 없이 순수하게 질문만이 나오는 책입니다.

살면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 삶, 인생목표, 사랑, 성, 결혼, 가족, 친구, 연애, 일, 신, 죽음 등 여러 방면에서 질문으로 나옵니다. '당신이 유괴 당한다고 생각했을 때 당신의 몸값은 얼마로 책정할 수 있습니까?'와 같이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서 부터 '바람의 정의는 어디서부터 입니까'와 같은 공분을 자아낼수 있는 질문까지. 한 번 즘은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이 나옵니다.

'사랑으로 부터 무엇을 구체적으로 기대하나요? 라는 질문으로는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긴 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해, 주변인들의 생각을 엿보는 키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상대방에게는 헌신과 무조건적인 애정을 요구하는데에 반해, '자기에게 그것을 요구한다면?' 이라는 파생질문에서는 '그럴만한 사람이라면'이라는 전제가 붙더라고요.
하나의 질문을 시작으로 파생되는 질문들까지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내 안에 애매하게 자리잡고 있는 기준을 재정립하고, 나와 타인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잣대를 살펴보게 되었지요.

심리테스트 같은 질문들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몇몇 질문에서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가졌네요. 대답에 따라 성장과정을 짐작할 수도 있고,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거나 내가 미처 몰랐던 내 안의 낯선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었습니다.

삶이 정체되었다고 느낄 때, 생각의 확장을 돕는 여러 질문들을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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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철학 수업 잠 못 드는 시리즈
김경윤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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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후설, 하이데거, 사르트르, 그람시, 루카치, 소쉬르, 라캉, 푸코 등 많은 철학자들이 대거 나옵니다.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철학자들의 개인사적인 부분부터 풀어감으로써 인간적인 주목도를 높이고, 그들이 이룬 업적, 이론 등을 키워드로 정리해 이해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섹션을 나눌 때 철학자들의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그가 말하는 핵심으로 글을 시작하니, 이런 얼굴에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삶을 시작했고, 어떤식으로 생각이 굳어져갔는지, 읽는 동안 동떨어진 철학자가 아닌 가까운 사람처럼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자생할 능력이 없어 배우자에게 기생하거나, 바람을 피거나, 정신병자, 곱사들이, 살인자, 게이 이기도 했습니다. 철학사에 획을 그은 이들의 개인적 삶이 평범하지 않았던 것에 놀랐네요.
그들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은 이미지였지만, 뒤를 이어 붙은 그들의 이론들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논리가 담겨있었습니다.

"우리는 능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삶을 영위한다." - 프로이드
"생의 근본적 기분은 불안이다." - 하이데거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존재이다. 그가 어느 길을 가거나 자유이다. 그러나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 사르트르

살면서 생각으로 확립되고 있는 문구들이, 과거 이들도 같이 고민하고 내렸던 결론과 통하고 있었습니다. 그 증거들을 마주하며, 삶의 통찰을 보여주는 키워드들을 가득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것에 도달했는가를 설명해주는 풀이들을 스스로의 생각들과 비교하면서 사고를 단련시킬 수 있었습니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들 정도로, 디자인과 글 모두 영리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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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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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정신이 이상한 의문의 여자 의선,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인영, 의선과 정을 나눈 인영의 후배 명윤. 시작부터 이상한 기운이 풍기는 이 세명의 캐릭터는 하나가 아니라 많이 결핍된 캐릭터들로 본인들의 어두운 면을 견디다 못해 그로인한 감정들을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하거나 의지하거나 비난함으로 풀어냅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글자에 기대 사라진 의선을 찾으러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극중의 감정흐름을 끌어가는건 그녀의 후배인 남자, 명윤입니다.
실종된 의선이라는 여자를 찾기위해 잠시나마 의선을 돌봐주었던 인영을 들볶아 의선의 고향인 탄광마을로 그녀를 찾아갑니다.
인영이 의선을 찾아야하는게 마치 의무라도 되는 듯, 자신의 초조함을 그녀의 책임감에 엮어 풀어내려는 그의 다그침이 거북했습니다. 혼자서는 하기 엄두도 안나는 것을 그녀의 등을 떠밀어 재촉해대고, 그녀의 시간과 에너지를 무리하게 쓰게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다치는 것을 제일 걱정하는 인간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이 비치면 그녀의 성정이 냉정하거나 자신보다 걱정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마음 속으로 비난을 가합니다.
불안정하고 널뛰는 그의 기질에 휘둘리다보면 읽는 내내 피곤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의 행동이 상당히 일관적이어서 작가나 그 주변에 누군가가 이런 성격이 아닐까 상상할 정도로요.
단언컨데 정말 짜증난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상이었습니다.

의선을 찾기위해 인영의 시간을 쪼개게 한걸 알면서도 자신이 그로인해 책망받을까 걱정하고, 인영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이 나오면 자신만큼 걱정이 없어서 그런다며 그녀의 성정을 탓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까지 끌고 무작정 먼길을 내려온 명윤, 의선을 찾는 중간중간 수없이 좌절하며, 그로인해 무너지는 자신을 추스리지 못해 징징대기 쉽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를 비난함으로 인해 해소하려고 하지요. 의선을 찾는데 거북함을 느끼는 인영이 오히려 그를 다독거리며 여정을 끌고가고, 그녀가 실마리를 찾아낸 덕분에 의선의 발자취에 다가갑니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깊고 깊은 어둠.
활기를 잃어버린 탄광마을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강화된, 축축하고 습한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 소설이었습니다.
희망적인 결말은 고사하고, 긍정적 기운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
담담하게 해결을 주도하는 인영조차도 마땅히 드러내야할 분노나 짜증같은 감정표현이 없어, 어딘가 결핍된 로보트 같은 인상을 줍니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서 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단어는 '우울함'.
그 밖에도 '정신이 이상한 여자, 젖가슴, 햇빛, 식물, 피흘리는 고기, 악몽, 불안정한 남자'등 그녀의 소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이 보였습니다.
때로는 반가움으로, 때로는 선뜩한 느낌으로 스쳐지나가는 이 단어들이 그녀의 글에 대한 시그니처를 만들어주는것 같았습니다.
우울의 심연을 느껴보시고 싶은 분들께 한강의 소설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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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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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배 침몰 사건은 세월호를 떠올립니다. 무리한 화물 적재 등 침몰의 경위와 구명조끼나 구명보트의 부재, 상당한 사망자를 낸 결과 등등, 그리고 한국 국적인 배라는 것도 세월호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었습니다. 대신 글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일본인으로, 한국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의 배라는 점만 차이가 났네요. 소설 속 소재로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배 침몰은 드라마틱 합니다.
그리고 그런 아비규환에서 충분히 있을만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침몰하는 배에서 다른 사람의 구명조끼를 빼았아 살아남은 남자.
우연히 촬영된 짧은 동영상으로 인해 그의 행동이 알려지고, 사회적 비난과 재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긴급피난'을 근거로 들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 것이 정당방위와 같이 취급되어 무죄선고를 받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또 다른 재판에서 그는 피해자가 되어, 법정에 섭니다. 정확히는 그를 살해한 자가 법정에 섭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와 꼭 같은 법령을 근거로 들어 무죄를 주장하게 됩니다.
다른게 있다면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벌을 달게 받겠다며 변호를 거부한 것이지요.

자신의 생명이 다른이의 생명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자와,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

똑같이 사람을 살해한 사람인데 그 태도가 어마어마하게 다릅니다.
하지만 후자에 있는 사람이 더 엄하게 벌을 받지요.
이것은 소설이지만,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는 일들입니다.
악착같이 자신이 억울하다고 소리지르는 사람은 경감을 받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벌을 더 받는 어이없는 상황. 비록 일반인들의 의견은 '법이 내린 처벌과는 반대로 선고 되어야 했다'라도요.

권선징악의 진리가 선한사람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현실을 바로잡기라도 하듯 피의자를 위한 미코시바 변호인의 활약이 제법입니다. 그 활약상을 함께 지켜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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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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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이 유명한 책을 지금에야 완독했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책을 펼친적은 있었지만 이토록 완벽하게 읽은건 처음이네요.
귀족적 권위와 체면을 가장 중시해 사람을 낮춰보는 오만함을 가졌던 다아시,
첫인상에서 얻은 부정적 인상때문에 편견에 가득차 다아시를 대하는 엘리자벳.
이 두 남녀와 그녀의 언니 제인과 그의 친한 친구인 빙리의 로맨스가 함께 펼쳐지는 베넷가 딸들의 결혼을 향한 사랑이야기 입니다.

200년 전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대해서는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보여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오히려 요즘 결혼할 때 따지는 내용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이 놀라웠죠.
이야기의 전반엔 그 사람을 알기도 전에 사랑에 앞서 재산과 겉모습 만을 따지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딸들을 좋은 혼처에 소개해주려고 안달이 난 엄마와 부자인 젊은 미혼남을 노리는 여자들의 심리.
돈이나 신분을 따지며 거들먹거리는 자들,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들, 갈망을 주체못해 이미 이루어진 것 마냥 믿는 허영심, 자신의 이상과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라던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해 질투로 가득찬 여자의 태도 등 결혼을 둘러싼 갈등 등, 인간의 허영심, 이기적인 면면이 날 것으로 표현되어 생동감을 주었습니다.

18세기, 여성의 독립은 남자를 통해 이루어지기에 결혼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 입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집안사람들이 대거 등장해서 그 로맨스를 이끌어갑니다. 덕분에 주인공들이 이야기에서 겉돌 때는 답답한 구석도 있었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 만큼 상상할 여지는 충분했습니다.
박희정 작가의 그림때문이었을까요? 책 중간중간에 나오는 삽화 덕에 읽는 재미가 더해졌습니다.

영화와는 다른 호흡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글의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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