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슴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24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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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정신이 이상한 의문의 여자 의선, 그녀에게 호의를 베풀었던 인영, 의선과 정을 나눈 인영의 후배 명윤. 시작부터 이상한 기운이 풍기는 이 세명의 캐릭터는 하나가 아니라 많이 결핍된 캐릭터들로 본인들의 어두운 면을 견디다 못해 그로인한 감정들을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하거나 의지하거나 비난함으로 풀어냅니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몇 글자에 기대 사라진 의선을 찾으러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극중의 감정흐름을 끌어가는건 그녀의 후배인 남자, 명윤입니다.
실종된 의선이라는 여자를 찾기위해 잠시나마 의선을 돌봐주었던 인영을 들볶아 의선의 고향인 탄광마을로 그녀를 찾아갑니다.
인영이 의선을 찾아야하는게 마치 의무라도 되는 듯, 자신의 초조함을 그녀의 책임감에 엮어 풀어내려는 그의 다그침이 거북했습니다. 혼자서는 하기 엄두도 안나는 것을 그녀의 등을 떠밀어 재촉해대고, 그녀의 시간과 에너지를 무리하게 쓰게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다치는 것을 제일 걱정하는 인간입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이 비치면 그녀의 성정이 냉정하거나 자신보다 걱정이 없어서 그런거라고 마음 속으로 비난을 가합니다.
불안정하고 널뛰는 그의 기질에 휘둘리다보면 읽는 내내 피곤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의 행동이 상당히 일관적이어서 작가나 그 주변에 누군가가 이런 성격이 아닐까 상상할 정도로요.
단언컨데 정말 짜증난다고 말할 수 있는 인간상이었습니다.

의선을 찾기위해 인영의 시간을 쪼개게 한걸 알면서도 자신이 그로인해 책망받을까 걱정하고, 인영에게 조금이라도 싫은 내색이 나오면 자신만큼 걱정이 없어서 그런다며 그녀의 성정을 탓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까지 끌고 무작정 먼길을 내려온 명윤, 의선을 찾는 중간중간 수없이 좌절하며, 그로인해 무너지는 자신을 추스리지 못해 징징대기 쉽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군가를 비난함으로 인해 해소하려고 하지요. 의선을 찾는데 거북함을 느끼는 인영이 오히려 그를 다독거리며 여정을 끌고가고, 그녀가 실마리를 찾아낸 덕분에 의선의 발자취에 다가갑니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깊고 깊은 어둠.
활기를 잃어버린 탄광마을이라는 배경 때문에 더욱 강화된, 축축하고 습한 어두운 기운이 가득한 소설이었습니다.
희망적인 결말은 고사하고, 긍정적 기운 조차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
담담하게 해결을 주도하는 인영조차도 마땅히 드러내야할 분노나 짜증같은 감정표현이 없어, 어딘가 결핍된 로보트 같은 인상을 줍니다.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의 소설을 연달아 읽으면서 글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대표적인 단어는 '우울함'.
그 밖에도 '정신이 이상한 여자, 젖가슴, 햇빛, 식물, 피흘리는 고기, 악몽, 불안정한 남자'등 그녀의 소설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이 보였습니다.
때로는 반가움으로, 때로는 선뜩한 느낌으로 스쳐지나가는 이 단어들이 그녀의 글에 대한 시그니처를 만들어주는것 같았습니다.
우울의 심연을 느껴보시고 싶은 분들께 한강의 소설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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