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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만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 니체의 눈으로 읽는 니체 1
이진경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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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이 이쁩니다. 개인적으로는 깔끔한 속표지가 더 맘에 드네요. 오른쪽의 겉표지는 홀로그램처리가 되어 있어 영롱한 느낌을 줍니다. 이 책은 <니체의 눈으로 읽는 니체> 시리즈의 1권입니다. 2권은 <우리는 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는가>이니 이어 읽어도 좋겠네요. 


1권은 니체의 <선악의 저편>에 대한 강의를 엮은 것입니다. 제목에서 말하듯 책은 '사랑할 만한 삶은 어떤 삶인가'하는 물음에서 출발하며, '사랑할 만한 삶을 살라'는 메세지로 귀결됩니다. 그 과정에서 의지, 고독, 버림받음, 진리, 철학, 종교, 도덕, 고귀함...에 관한 갖가지 이야기가 곁들여집니다. 읽으면서 '대체 이건 어떻게 리뷰를 써야하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니체의 눈은 세상의 오만 것들을 (어쩌면 세상에 없는 것들에까지) 넘나듭니다.


제가 밑줄 그은 문장들은 대략 이런 것들에 대한 문장이었습니다 : 의지, 저항, 고독과 버림받음, 죄책감과 책임감. 


글을 써야 하는데 관련 자료를 읽어야 한다며 다른 책을 뒤지고 있는 것이 실은, 힘든 걸 알기에 글 쓰는 걸 미루려는 몸의 저항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문장에 당연히 손이 갔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가 질리지 않듯이 '글쓰기의 힘듦'에 관한 이야기도 질리지가 않네요.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 그 위안이 얼마나 필요한 걸까요.


오직 하나에 인생을 걸면 그거 하나만 보이는 깊숙한 골목길로 들어가 다른 모든 것을 보지 못해 망치게 되고, 결국 자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그걸 제대로 하려면 자기 몸도, 일정도 관리할 줄 알아야 하고, 만화 그리는 것뿐 아니라 먹고 자는 것을 챙길 수 있어야 하며, 어시스턴트도 관리하고 그가 먹고 생활하는 것, 그가 그리고자 하는 것까지 챙겨 주어야 합니다. 편집자와 소통하고 독자 사인회 같은 마케팅 행사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하는 만화를 지속할 수 있고, 만화를 자기가 갈 수 있는 최고 높이로 끌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자기보존'이란 바로 이런 겁니다. 자기보존을 못하고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 그에 필요한 물자와 일정, 생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적절한 관계를 만들고 관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높이 올라갈 수 없습니다.


이 대목은 양가감정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자기효능감'에 대해 생각하면서, 저의 자기효능감이란 글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춤을 추고, 밥을 먹고 충분히 잠을 자는 그 일련의 과정이 잘 돌아가는 속에 글이 있을 때에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런 것들이 무너진 상태에서 아둥바둥 글을 붙잡는다고 써지는 건 아니었어요. 이 단락을 읽으면서 '맞아, 글만 쓴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 자기보존부터 할 줄 알아야지!' 하면서 글쓰기의 무게를 슬금 덜으려 했습니다. 허나 저자가 말하는 '다른 사람을 챙기고 마케팅도 하고' 하는 건 또 자신이 없었기에 '아니야! 글만 써도 된다고 해줘!' 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삶을 살면, 그 삶을 사랑할 것 같나요? 저는 사실 지금의 삶을 사랑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근무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근무를 아예 안하는 건 싫어요. 저는 그동안 '사회에 소속되어 있다 (그러므로 나는 이상한 인간이 아니다)' 라는 느낌을 중요시하며 살았습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근무하는 것은 저에게 현실에 발 붙이고 현실감각을 잃지 않게 해주는 행위였거든요. 하지만 주3일 근무로 하루에 2-4시간만 하면 좋겠네요 헤헤. 점심을 먹고 퇴근한 뒤 오후에 글을 쓰는 삶이면 정말 완전 러블리할 것 같습니다. 점심은 꼭 회사에서 먹어야 해요. 안 먹고 퇴근하면 안 먹을 거거든요. 그리고 낮술을 하겠죠.


연인이 없는 지금도 행복하지만... 잘 맞는 연인이 있으면 지금보다 삶을 더 사랑하게 되긴 할겁니다. 제가 연인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때마다 깜짝깜짝 놀랍니다. '버킷리스트 100개 써보기' 같은 걸 하면 50개 이상의 문장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 라는 구성을 띄고 있더라고요. (소름..) 오늘은 '내가 뭘 하고 싶지? 뭘 하면 기분이 좋을까?' 하는 주제로 명상을 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해변을 걷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네, 좋을 것 같네요...(글쓰기에 관한 명상을 하려고 했던 건데 말이죠. 사랑 역시 '자기 보존'의 일환일까요.)


근무시간을 줄이고 글쓰는 시간을 늘리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사랑할 만한 삶이라는 거군요. 행복이나 성공에 관해서 으레 '돈이 많아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적어보거나 생각해보면 그런 건 보이지 않아요. 예전에 최면을 받아본 적이 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한 삶'을 이룬 60세로 가보겠습니다. 무엇이 보이나요?"라는 최면 속에서 제 앞에 나타난 것은, 바닷가를 걷고 있는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한없이 소박한 모습으로요. 근심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한적한 바닷가를 걷는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인가봐요. 여기저기 바닷가가 등장하네요. 그런데도 저는 자꾸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성공이 제 것인 줄 착각하고 이루지 못했다며 고통스러워 했나봅니다. 돈보다 바닷가를 더 중요시 하는 것 같은데 말이죠...


사랑할 만한 삶을 살고 있어서, 더 사랑할 만한 삶이 다가오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니체가 원한 건 이런 것이 아니었을지라도, 저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습니다. 진리란 고정된 것이 아니며 개인이 체득함으로써 각자의 진리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개별의 경험들 속에 공통된 고유성이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쬐끔 사라졌어요.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것. 아무도 몰라줄 것 같은 이것. 하지만 어딘가엔 꼭 같은 누군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 그 모호하지만 강렬한 예감이 또 오늘 하루를 살게 하고 사랑하게 만드는 힘 아닐까요.





#사랑할만한삶이란어떤삶인가 #우리는왜끊임없이곁눈질을하는가 #니체의눈으로읽는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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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노벨레 문지 스펙트럼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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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노벨레>는 서로에게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고자 하는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고백의 의미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인물의 감정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어떨 때는 '고해성사'이고 어떨 때는 '신뢰'이며 어떨 때는 '보복'이다. 사실 나도 너처럼 다른 이를 욕망했다는 고백이, 속에서부터 입밖으로 꺼내어지는 여정이 담겨있다.


둘은 각자의 에로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탐닉해간다. 남편은 현실에서, 아내는 꿈에서. 1925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아내가 '현실에서' 에로스를 실현하기는 어려웠던 건가 하는 의문이 든다. 누가 현실이고 누가 꿈인지 중요하지는 않은 듯 하다. 꿈이라고 해서 그것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꿈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남편은 그것이 마치 실제인 양 아내에게 증오와 복수심을 느낀다. 자신은 현실에서 직접 해놓고 말이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떠한 말도 빛을 잃을 것이며 거짓되고 또 비겁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녀가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지금까지 제법 잘 전개되었던 자신의 체험들은 점점 우스개 장난 같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의 일들을 모두 파헤쳐서 끝까지 체험하고, 그러고 난 다음에 이를 모두 정직하게 털어놓음으로써 이 여자에게 복수를 하리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맹세했다. 이 여자야말로 자신의 꿈을 통해 폭로된 그대로였다. 정조도 없고, 잔혹하고, 배신행위를 밥 먹듯 하는 그런 여자였다. 이 순간만큼은 그가 이제껏 이 여자를 사랑했던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이 여자를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있다고 믿었다.]


남편은 거리의 매춘부를 따라 그녀의 숙소를 찾아간다. 그 이끌림이 마치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운 듯 묘사해놓은 것이 가증스럽다. 갑작스레 등장한 옛 친구에게  '비밀스러운 가면파티'에 대해 전해듣고, 초대받지 않았음에도 새벽에 가면대여점 주인의 잠을 깨우는 열의까지 보이며 몰래 가면파티에 잠입한다. 거기서 만난 여자를 잊지 못하고, 또 일상으로 돌아와서는 매춘부를 주려고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기도 한다. 참 부지런하다. 소설에서는 그가 돈과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이 이러한  탐닉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 


["당신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고 싶어."

처음에는 그녀가 만류하듯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그 손을 붙잡아 자기 손안에 꼭 쥐고서 의향을 묻듯이, 그리고 동시에 애원하듯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말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끝내 아내에게 자신이 했던 일들을 이야기 한다. 도대체 이런 고백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 걸까. 고민했다. 소설은 남편의 고백 다음 '호화찬란한 햇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여느 날과 다름 없는 하루가 시작되는 풍경으로 끝이 난다. 마지막 풍경을 몇 번 더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부부는 자신들의 삶이 너무나 평온하고 단조로운 나머지 이런 일들이 필요했던 걸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서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열망하는 이야기다. 현실이든 꿈이든. 하지만 누군가가 '타자'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서로의 존재 때문이다. 타자를 욕망할수록 또렷해지는 것은 나 혹은 나와 동일시 되는 관계다. 이 욕망을 고백할 수 있는 대상 역시 서로밖에 없다. 


고백을 마친 남편과 아내는 해소감에 젖어 있는 듯 보인다. 평온하고, 심지어 약간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부부는 현실에서의 모험 그리고 꿈속에서의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것을 감사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이만큼의 일을 겪고도 함께 하는 우리'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부라는 관계를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나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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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장동완 지음 / 리더스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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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책이다. 책장을 처음 열었을 때부터 마지막 덮을 때까지, 계속 마음을 북돋워주고 격려해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어쨌든 그런 말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매우 잘 만든 책이다. 보통 누군가의 성공기는 몇 가지의 노하우가 있고, 그 사이사이는 대부분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에 관한 에피소드 말이다.이 에피소드가 책의 퀄리티를 가늠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에피소드가 빈약하거나 말도 안되거나 지루하거나 자기 자랑으로 점철된 책들이 많다. 성공했으니 자랑은 당연하지만 똑같은 자랑을 해도 어떤 글은 꼭 불쾌하다. 그런 점에서도 이 책은 훌륭하다. 빈약하지도 않고 말도 되며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자랑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아 진짜 잘나져서 저렇게 된 거구나 수긍이 간다. 


얼마 전 40대 중반을 넘은 분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 영어공부해야 하는데.

그 말에 내 가슴도 철렁했다. 40대가 넘어도 영어라는 숙원은 사라지지 않는다니. 그럴 거면 지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가. 영어 문법, 영어 회화, 현지인 영어, 여행 영어, 영어 공부법....서가 앞에 서 있노라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무지하게 부러워진다.


영어는 아니지만 외국어를 공부해본 적이 있다. 바로 중국어다. 내 중국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하기 대회에서 중국 대사관 상을 타고, HSK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으니 중급 이상은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이 책에서 '외국어는 발음이 50퍼센트'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동감하는 바이다. 나는 중국어 발음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말을 하기만 해도 중국친구들이 '와, 너 중국어 진짜 잘한다!'하고 추켜세웠다. 그래서 더욱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발음이 좋은 것이지 구사할 수 있는 문장이 풍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발음도 실력이니 실력이 좋은 거라고 해두고 넘어간다. 


중국어는 영어와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문법은 아예 영문법을 따와 중국어 문법을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중국어를 해보았으니 영어도 곧잘 하겠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해가 잘 안 갔다. 중국어와 영어가 뭐가 같은지를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우고, 아버지와 한자 공부를 하면서 자라왔다.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도 중국어라는 게 언어라기보다 일상 중에 굉장히 익숙한 글자였던 모양이다. 그에 반해 영어는 알파벳도, 발음도, 그들의 문화도 낯설었다. 어째서 햄버거를 즐겨 먹고 의자에 앉는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거기서부터 이미 낯설었다. 영어라는 언어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영어 뉴스를 보고, 받아 적고 해보아도 실력이 느는지 알 수 없었다. 자연스레 학원을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학원을 찾아보니 한달에 수강료가 30만원을 훌쩍 넘었다. 조금 분한 마음이 들었다. 영어를 못하는 탓에 그동안 갖다부은 돈이 얼마인가. 그럼에도 지금 내 영어 실력은 어떠한가. 더 이상 그들에게 돈을 갖다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런 물음이 내 마음 속에서 요동칠 때 쯤, 누군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알려주었다. 제목 그대로 9등급 꼴찌가 1년 만에 통역사가 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밤에는 천 가지 길을 상상하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 없이 원래 가던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행동을 통해 자신의 꿈에 실천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기회는 없습니다.

-마윈


저자 장동완은 100LS 공부법을 제시한다. L은 리스닝, S은 스피킹을 뜻한다. 100번을 듣고 말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한 편을 정해 100번을 보고 대사를 입으로 외우는 과정을 통하여 영어의 문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공부를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간절한 목표 정하기이다. 나는 보통 여기에서 이미 한숨을 한 번 쉰다. 뭘 또 간절하라는 것인가. 얼마나 간절하라는 것인가. 맨날 간절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간절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원동력이자 추진력이자 지구력, 말하자면 목표를 이루는 전부가 되기 때문이다. 고깝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무엇에 간절할까. 영어 공부를 하려는 거 보니 뭔가 추구하는 것이 있긴 있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나는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카뮈가 그렇게 위대하다고 하는데, 그가 영어로 쓴 작품이 위대한 것이지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까지 위대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물론 뛰어난 번역자들이 최대한 원작을 살려 번역했을 것이고 그 안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담겨 있을 테지만, 내 입장은 그랬다. 결국 원서를 읽어야 알 수 있는 거라고. 영어를 잘 하면 뭘 하고 싶은지를 생각했을 때 첫번째는 영어권 국가에 놀러 가는 것. 두번째는 원서를 읽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간절까지 해야 할 일인가. 나는 간절의 문제에서 매번 막힌다. 음. 아니 나도 간절할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해내지 못할까봐 의연한 척 하는 거겠지. 간절히 도전했을 때 실패하면 너무 아플까봐 사리는 거겠지. 이제 좀 간절을 드러내고 상처를 받야봐야 한다. 인생의 변화는 그때 생기는 거니까.


책에는 100LS 공부법을 필두로 영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꿀팁이 담겨있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반드시 슬럼프는 온다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그것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부디 인내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나는 슬럼프가 오면 오는 족족 그대로 주저 앉아왔다. 금방 정신을 차리면 다행이지만 정신 못차리고 하염없이 방황이 길어지기도 한다. 가장 먼저 간절한 목표를 가지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정신이 무너질 때마다, 방황을 헤매일 때마다, 간절한 목표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이제 100LS를 해볼 텐데, 부디 내가 인내심이라는 것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무사히 100번을 마치고 나서, 장동완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 책 진짜 괜찮은 책이다. 귀찮아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던 내가 리뷰를 쓰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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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리더의 말하기 교과서
김진숙.김지희.이하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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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말하기에 관련된 책을 즐겨 읽는다. 말을 잘하는 것은 어렵다고 느낀다. 이 책은 그동안 읽어왔던 말에 관한 책과는 사뭇 다르다. '대한민국 리더의' 말하기에 관한 책이다. 말하기 책이라면 뭐든 나에게 도움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지금 당장 내가 써먹기에는 역부족인 내용들이긴 하다. 이 책은 공적인 자리에서 말을 해야 되는 사람, 많은 사람들을 대하고 그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독자 타깃이 분명하고 확실한 책이다. 나같이 일주일에 말을 한 번 할까말까 하고 그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대화마저 편의점 직원과의 대화가 전부인 사람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책은 공저의 형태로 제작되었다. 김진숙, 김지희, 이하린 세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책이다. 이들은 모두 말하기 분야에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여러 매체에서 아나운서 및 다양한 활동을 한 바 있으며 현재는 세 명 모두 미디어엘센터에 몸 담고 있다. 


그렇다 .세심하고 객관적인 분석능력이 필요하다. 

명사의 연설을 들으며, '아, 좋다. 역시 말을 참 잘하시네.'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면 아무런 발전이 없다.

p,46

이 구절을 읽고 웃었다. '아, 좋다. 역시 말을 참 잘하시네.'하고 그냥 넘어가 버리는 게 바로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말을 잘하기 위해서 이렇게 분석하고 노력하는 구나 하는 관망의 태도로 읽어내려가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말을 잘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아닐까? 말과 글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머지 특별한 노력이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넘어가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말로 자기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얼마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공적인 말하기, 제2장 리더의 말하기, 제3장 최고의 말하기

제2장은 그 안에서 공직자의 말하기, 정치인의 말하기, 전문직의 말하기로 분류되어 있다.

아무 데도 해당되지 않지만 유심히 읽어보았다. 실제로 그들은 직업적 필요에 의해 대중 앞에서 말할 기회가 많다.

호흡과 강조점과 뉘앙스 하나하나를 고려한 연설문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연설대 앞에 서는지 한 눈에 그려지는 재미가 있었다.

일반적인 스피치나 프레젠테이션 발표에 관한 내용은 물론 TV토론회, 연설스피치, 미디어스피치 나아가 고위 공직자 스피치나 국회의원 언론 브리핑의 세계까지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자주 틀리는 표현이나 발음에 관한 표도 잘 정리 되어 있어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 우리말 지식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 곳곳에 우리말에 관한 정보가 표로 잘 정리된 것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저자분들이 직접 강의를 하시는 분들이라 필요한 것을 정리해놓으신 센스가 돋보였다.



인상 깊었던 것은 책 뒤의 추천사이다. 이렇게 많은 리더들의 추천사를 받은 책이라니. 감탄스러웠다. 



다양한 스피치 서적이 있지만, 법조인이 읽을 만한 도서가 없음이 아쉬웠다. 그 갈증을 풀어 줄 책의 출간이 반갑다. 검사와 변호사가 이수해야 할 필수 과목은 설득 스피지이다. - 전 부장판사, 법무법인 회우 윤병철


병원의 미래는 의료진과 환자 간의 소통에 달려 있다. 질병에 대해서는 객관적이더라도 환자에게는 인간적인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 서울아산병원 내과전문의 윤환

각 분야의 리더들이 가지고 있는 스피치에 관한 고충을 잘 헤아린 책이기에 많은 추천사가 담겨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자리에서 발언하느냐에 따라 발언의 형태와 무게가 달라진다. 리더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말을 하는지 평소에 생각해본 적 없었다.

'대한민국 리더의 말하기 교과서' 를 통해 그들이 스피치를 풀어나가는 면모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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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 쓴다 남긴다 - 여행 작가의 모든 것
루이스 퍼윈 조벨, 재클린 하먼 버틀러 지음, 김혜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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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학창시절 수학여행졸업여행 모두 가지 않았다돈 내고 피곤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교실에 엎드려 자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나의 첫 장거리 이동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 위함이었다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그것이 자발적인 첫 여행이었다여행보다는 이동에 가깝다새로운 도시에 가서 그 지역을 둘러보는 게 아니라 사람만 보고 왔으니까그곳에서 그와 함께 했던 풍경과 음식들을 떠올리면 여행이었나 싶기도 하다.

 

탱고를 배우면서 이동은 점점 잦아지고 반경 또한 넓어졌다전국에서 열리는 탱고파티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여름에는 해변에서 탱고를 추는 부산으로가을에는 별이 쏟아지는 순천으로겨울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서울로봄이 오면 딸기 냄새로 가득한 논산까지 탱고를 추러 갔다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우리는 자지러지게 웃었다탱고를 추러 여기까지 오다니이 역시 여행이라기보다 탱고를 위한 이동이었다밤새 춤추느라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나면그 지역에 아무리 멋진 관광지가 있더라도 갈 수 없었다돌아와서 쉬어야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여행의 맛을 알아갔다동네 자전거 길에서부터 투어 라이딩 까지경주안동대구영월. 10km, 30km, 60km....120km.. 하루에 탈 수 있는 거리도 늘어난다자전거는 이동과 여행을 구분 짓지 않는다자전거로 길을 달리는 그 자체가 여행이 된다목적지에 도착해서 뭘 한다기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을 느끼는 거다길 위에서 풍경을 만나고 사람을 만난다오르막길은 시련을 주었다가 내리막길은 쾌감을 준다안장 위에서 울고 웃었다아스팔트와 자갈길풀꽃과 바람이 전부 여행이 되었다.

 

올해 3월 혼자서 15일간 대만으로 자전거 탱고 여행을 다녀왔다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밤에는 탱고를 추러 다녔다밤낮으로 몸을 쓰다 보니 피곤하기도 했다무엇보다 외로웠다이상한 일이었다한국에서도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것은 별반 다를 것이 없는데다른 나라에 갔다고 해서 그렇게 외로울 줄이야외로울 때마다 호텔 침대에 엎드려 글을 썼다우울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 심경으로 써내려 간 글이었다한국에 돌아와 나중에 읽어보니 글이 마음에 들었다고생 중에 쓴 글이어서인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힘이 빠져 담담한 느낌이 좋았다얼마나 좋았냐면, ‘다음에 여행을 한다면 글쓰기 여행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이 책을 샀다. <떠난다 쓴다 남긴다>. 여행을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었다책은 제목대로 1부 떠난다 2부 쓴다 3부 남긴다로 구성되어 있다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행을 하는 동안그리고 돌아와서까지 쓰기에 초점을 맞추어 필요한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준다처음 이 책을 고를 때 발행년도가 2011년인 것을 보고 너무 뒤처지지 않았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기우였다지금 읽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강조하는 세 가지를 놓치지 않는다.

 

여행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그러나 여행 작가가 되려면 본능과 통찰력상상력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 

여행 작가는 무엇을 묻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며, ‘누가’ 그리고 어떻게’, 더 중요하게는 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17p

 

여행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고그에 따라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야 한다. 27p

여행 계획은 아주 세심해야 한다. (...) 여행 계획이란 사람장소비용에 따라 조정되는 것이다. 59p

 

여행 작가는 보편적인 것뿐 아니라 특수한 것까지 찾아내야 한다절대 그저 대기하기만 했던 공항과 기차역 이름이나 나열하지는 말자그보다 그 장소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아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해석하자. 109p

 

여행기를 쓰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독자들이 눈으로 생생하게 보는 것처럼 쓰는 것이다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내가 독자라면 어떤 정보를 원할 것인가?” 135p

 

글쓰기는 반드시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독자들은 온라인이나 지면에서 왜 당신은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146p

 

당신의 메시지는 무엇인가당신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148p

 

독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 할까?”344p

 

 

여행을 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여행을 쓰고 싶다면 호기심성실함배려라는 미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한다여행을 하려면 왕성한 호기심과 관찰력이 있어야 필요하다는 것여행 계획을 철저하게 세워야 한다는 것여행기를 쓸 때 끊임없이 독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책을 읽기 전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덕분에 나는 여행을 쓰는 일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힐링 여행의 미덕이요 그때그때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즉흥 여행의 묘미인 줄 알았다여행기를 쓸 때도 나중에 나 보려고’ 쓰는 데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더 이상 이동이 아닌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여행을 쓸 수 있을 것인가.확인해보고 싶다떠나고 쓰고 남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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