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장동완 지음 / 리더스북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이다. 책장을 처음 열었을 때부터 마지막 덮을 때까지, 계속 마음을 북돋워주고 격려해주고 할 수 있다고 말해준다. 어쨌든 그런 말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매우 잘 만든 책이다. 보통 누군가의 성공기는 몇 가지의 노하우가 있고, 그 사이사이는 대부분 에피소드로 채워진다. 성공하기까지의 과정과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에 관한 에피소드 말이다.이 에피소드가 책의 퀄리티를 가늠하는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에피소드가 빈약하거나 말도 안되거나 지루하거나 자기 자랑으로 점철된 책들이 많다. 성공했으니 자랑은 당연하지만 똑같은 자랑을 해도 어떤 글은 꼭 불쾌하다. 그런 점에서도 이 책은 훌륭하다. 빈약하지도 않고 말도 되며 지루하지 않고 재밌다. 자랑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아 진짜 잘나져서 저렇게 된 거구나 수긍이 간다. 


얼마 전 40대 중반을 넘은 분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 분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시며 이렇게 덧붙였다.

-아, 영어공부해야 하는데.

그 말에 내 가슴도 철렁했다. 40대가 넘어도 영어라는 숙원은 사라지지 않는다니. 그럴 거면 지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에 관한 책이 얼마나 많은가. 영어 문법, 영어 회화, 현지인 영어, 여행 영어, 영어 공부법....서가 앞에 서 있노라면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무지하게 부러워진다.


영어는 아니지만 외국어를 공부해본 적이 있다. 바로 중국어다. 내 중국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하기 대회에서 중국 대사관 상을 타고, HSK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으니 중급 이상은 되었으리라 짐작한다. 이 책에서 '외국어는 발음이 50퍼센트'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동감하는 바이다. 나는 중국어 발음이 좋은 편이었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말을 하기만 해도 중국친구들이 '와, 너 중국어 진짜 잘한다!'하고 추켜세웠다. 그래서 더욱 내 실력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발음이 좋은 것이지 구사할 수 있는 문장이 풍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발음도 실력이니 실력이 좋은 거라고 해두고 넘어간다. 


중국어는 영어와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문법은 아예 영문법을 따와 중국어 문법을 만들었다는 말도 있다. 중국어를 해보았으니 영어도 곧잘 하겠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이해가 잘 안 갔다. 중국어와 영어가 뭐가 같은지를 모르겠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배우고, 아버지와 한자 공부를 하면서 자라왔다.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전에도 중국어라는 게 언어라기보다 일상 중에 굉장히 익숙한 글자였던 모양이다. 그에 반해 영어는 알파벳도, 발음도, 그들의 문화도 낯설었다. 어째서 햄버거를 즐겨 먹고 의자에 앉는 생활을 하게 되었을까? 거기서부터 이미 낯설었다. 영어라는 언어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영어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영어 뉴스를 보고, 받아 적고 해보아도 실력이 느는지 알 수 없었다. 자연스레 학원을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학원을 찾아보니 한달에 수강료가 30만원을 훌쩍 넘었다. 조금 분한 마음이 들었다. 영어를 못하는 탓에 그동안 갖다부은 돈이 얼마인가. 그럼에도 지금 내 영어 실력은 어떠한가. 더 이상 그들에게 돈을 갖다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런 물음이 내 마음 속에서 요동칠 때 쯤, 누군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알려주었다. 제목 그대로 9등급 꼴찌가 1년 만에 통역사가 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밤에는 천 가지 길을 상상하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 없이 원래 가던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행동을 통해 자신의 꿈에 실천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기회는 없습니다.

-마윈


저자 장동완은 100LS 공부법을 제시한다. L은 리스닝, S은 스피킹을 뜻한다. 100번을 듣고 말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 한 편을 정해 100번을 보고 대사를 입으로 외우는 과정을 통하여 영어의 문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공부를 하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간절한 목표 정하기이다. 나는 보통 여기에서 이미 한숨을 한 번 쉰다. 뭘 또 간절하라는 것인가. 얼마나 간절하라는 것인가. 맨날 간절하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간절함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원동력이자 추진력이자 지구력, 말하자면 목표를 이루는 전부가 되기 때문이다. 고깝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나는 무엇에 간절할까. 영어 공부를 하려는 거 보니 뭔가 추구하는 것이 있긴 있지 않을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나는 외국 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카뮈가 그렇게 위대하다고 하는데, 그가 영어로 쓴 작품이 위대한 것이지 한국어로 번역된 작품까지 위대할 지는 모르는 일이다. 물론 뛰어난 번역자들이 최대한 원작을 살려 번역했을 것이고 그 안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담겨 있을 테지만, 내 입장은 그랬다. 결국 원서를 읽어야 알 수 있는 거라고. 영어를 잘 하면 뭘 하고 싶은지를 생각했을 때 첫번째는 영어권 국가에 놀러 가는 것. 두번째는 원서를 읽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간절까지 해야 할 일인가. 나는 간절의 문제에서 매번 막힌다. 음. 아니 나도 간절할 것이다. 그런데 그걸 해내지 못할까봐 의연한 척 하는 거겠지. 간절히 도전했을 때 실패하면 너무 아플까봐 사리는 거겠지. 이제 좀 간절을 드러내고 상처를 받야봐야 한다. 인생의 변화는 그때 생기는 거니까.


책에는 100LS 공부법을 필두로 영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꿀팁이 담겨있다. 하지만 저자는 강조한다. 반드시 슬럼프는 온다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그것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부디 인내심을 가지라고 당부한다. 나는 슬럼프가 오면 오는 족족 그대로 주저 앉아왔다. 금방 정신을 차리면 다행이지만 정신 못차리고 하염없이 방황이 길어지기도 한다. 가장 먼저 간절한 목표를 가지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정신이 무너질 때마다, 방황을 헤매일 때마다, 간절한 목표로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이제 100LS를 해볼 텐데, 부디 내가 인내심이라는 것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무사히 100번을 마치고 나서, 장동완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 책 진짜 괜찮은 책이다. 귀찮아서 아무 것도 안하고 있던 내가 리뷰를 쓰게 만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