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 20편의 글, 187의 사진으로 떠나는 우리. 도시. 풍경. 기행
강석경 외 지음, 임재천 사진, 김경범 / 문학동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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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작가, 글작가들의 수퍼게임. 너무 좋다. 세상에는 대가라는게 존재한다. 그 대가의 상당수는 이 책안에 들어있다.


임재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대한민국 최고의 사진작가다. 그의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도록을 참 좋아한다.

임재천처럼 찍고싶다... 이것이 내 사진 생활의 화두다.

도록은 사진배울때 지구별여행사진가 김원섭 작가를 통해 알게됐다. 다른 사진도 좋지만 마음에 와 닿은 사진이 바로 전남 영월군 일원에서 찍었다는 사진이다 <첨부한 첫번째 사진>.

임재천 작가 사진은 매우 다양하지만 한국의 재발견에 등장하는 사진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찰라를 잡은 사진과 평범하지만 임재천만의 느낌있는 사진이다. 위의 사진은 대표적인 후자에 포함되는, 일상적인 장면에 임재천만의 느낌을 담은 사진이다.

인천 북성포에서 찍은 이 사진이 전자의 설명처럼 대표적으로 결정적 순간을 잡아낸 사진이다. 복잡한 상황을 피리부는 소녀의 엉뚱한 모습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스토리텔링 <두번째 사진>.


작가의 사진은 볼수록 흥미롭고 재밌다. 마침 그의 사진에 글을 덧댄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문학동네)`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사진까지 쉽게 소장할 수 있다. 지금 다시 그의 사진을 펼쳐보면서 그의 사진을 따라 찍어본 옛 사진을 꺼내본다.

몇년전 보름간 제주살이를 했던 적이 있다. 오름에 갔다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때 작가의 사진과 비슷한 장면을 만났다.

타던 자전거에서 내려 카메라를 꼰아쥐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슈팅... <세번째 사진>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봐도 참으로 실망스러운 이 사진의 문제점을 오늘 문득 생각해본다.

우선은 렌즈때문인거같다. 표준렌즈였는데 작가 사진을 다시보니 광각이다. 구도의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 바라보는 쪽 길이 아주넓고 소실점으로 급격히 좁아져서 맛갈나는 반면 내 사진의 길은 평범한 굴곡이다. 그마저 소실점은 우측으로 꺾여서 사라지고 없다.

두번째는 인물의 배치다.
임작가의 주인공은 가운데있다. 이 사진을 처음 봤을때는 작게 곁들여있는 느낌이었다. 그랬으니 나는 의도적으로 옆에 뒀을 터. 그러나 그건 느낌이었을 뿐이다. 이 작은 차이가 사진의 맛을 이토록 크게 갈랐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주인공의 걸음이 아닐까싶다. 나는 우연히 이 주인공을 만났지만 걸음걸이에서 인생이 느껴지지는 않는 평범한 아줌마다. 반면 임작가의 주인공은 약간 구부정한 할머니다. 이 걸음과 이 토양과 햇볕이 삶의 애틋함을 만들어낸다. 이런 상황은 오후의 나른한 햇볕이 제격이다. 작가가 의도한 인물을 기다린 것이다. 아니면 이 모습의 인물이었기에 작가가 이 사진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사진은 우연의 소산이라고들 하지만 임재천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반드시 그런것만은 아닌것같다.

언젠가 한번 꼭 만나고싶은 작가 임재천. 그를 닮아가기 위한 노력은 계속된다.

사진 얘기만 하고 끝내기엔 글이 너무 좋은 책. 여러 한국의 지역에 사연있는 작가 스무명의 글이 함께 실려있다. 해서 사진의 감동은 몇 배 증폭~. 다른 글도 좋지만 특히 김연수, 조경란 작가의 글이 좋았는데, 조경란 작가의 한자 `경란`이 서울의 꽃이기에 작가의 숙명은 서울살이라는 풀이가 재밌다.

다른 작가들의 글도 임재천작가의 사진과 잘 버무려져있어서 흥미롭다. 특히 통영에 갔을때 해저터널을 눈으로만 봐서 아쉬웠는데 작가가 사진으로 담아서 반가웠다.

여행에세이가 범람하는 시대에 탁월한 글과 사진작가의 콜라보레이션이 단연 돋보이는 구성이다. 봄나들이 계획이 한창인 요즘. 사진을 좋아하고 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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