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패션 제국 -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레나타 몰로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패션감각이 심각하게 없어서 교양으로 패션관련학과 수업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강의시간에 아방가르드 스타일, 하운스투스 패턴부터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들에 대해 배웠다. 모두 처음 듣는 용어와 인물들이었다. 그 수업을 통해 나는 패션에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갖게 되었고,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들도 알게 되었다. 패션 수업을 듣고 나니 여태 손에 집히는 데로 옷을 입고 데이트가 있던 날에 조차도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해 본적이 거의 없던 내가 한심했다.

패션에 영 관심 없던 나는 예전에 의상공부를 하는 친구와 쇼핑을 간 적이 있었다. “이 옷은 왜 이렇게 비싼 거지? 대충 만든 것처럼 생겼는데.” 라고 말했다가 “나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 옷을 안 만들어 본 사람들이 쉽게 말을 한다니깐. 똑같은 옷이라도 원단에 따라서 큰 차이가 있고 옷을 만든다는 것 디자인 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야. 쉽게 옷을 입는다고 해서 쉽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돼.” 하며 혼이 난 기억이 있다. 그 친구가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아르마니”였다.

그 친구 생각에 이 책을 더 자세히 본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아르마니의 어제와 오늘을-어릴 적 그의 성품이나 시대적인 배경까지도- 말해준다. 처음부터 그가 패션 쪽으로 발을 내딛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의사가 되기를 원해서 줄곧 그 쪽으로 공부하다가 ‘이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다.’ 생각을 한다. 그것이 아르마니 인생의 전환점이다. 나는 그가 어느 순간 길의 방향을 바꾸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패션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그는 디자이너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요소들 보다 쉬지 않는 노력과 최고의 동반자인 여동생과 갈레오티 그리고 그의 뚜렷한 주장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TV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 나오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40억을 모은 사람이 강의를 하면 ‘부럽다’ 고 생각했다. 명문대에 들어간 친구를 보면 ‘걱정 없겠다’ 고 생각했다. 아르마니를 보면서 ‘다 이룬 사람이네’ 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리석게도 과정보다 결과를 먼저 보고 막연하게 부러워하면서 살아왔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가장 괄목할 부분은 그가 걸어온 굴곡진 길이라는 것이다. 남의 이목보다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고집하면서 일을 하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만 했던 시간들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큰 힘을 주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아르마니를 엿보면서 과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 궁금하고 그의 열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바란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책은 자서전적인 부분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것이다. 흥미를 끌만한 부분들이 적어서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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