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뇌'라는 작품을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책은 친구가 고모가 선물해준 것으로 너무 재미있으니 한번 읽어보라고 빌려줬었다. 뇌上을 읽는 동안 친구는 下를 읽는다고 했다. 친구보다 먼저 책을 읽은 나는 다음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렸다. 그 때 '아, 이 작가 나를 쥐락펴락하는군'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 그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짧은 분량 안에서 자연스러운 내용전개 뿐만 아니라 메세지도 전달하는 단편을 좋아한다. 이 책은 18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순간 깜짝 깜짝 놀랐다. 놀라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씌여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 중에서 "조종"이 가장 인상 깊었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팔, 다리, 몸을 통틀어 하나로 보아온 내 시선이 민망해지는 순간이였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왼손 때문에 적잖은 고민과 짜증으로 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크고 작은 해프닝을 통해 주인공과 왼손은 협상을 통해 다시 하나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키보드를 치고 있는 양손과 하루의 3분의 2가 넘는 시간을 축축한 입 안에만 있는 혀와 걸어다니는 두 다리가 나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요소가 아닌 또 다른 나로 보게 되었다. 늘 제한된 사고의 틀에서 책을 읽고 바라보고 사유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일종의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주는 좋은 책이라고 본다. 음, 재미도 있고 제한된 나의 사고를 콕 찝어주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