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날의 선택
유호종 지음 / 사피엔스21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어릴 때 옆집에 살던 한 살 어린 동생이 있었다. 내가 그 동생을 왜 미워했는지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매우 미워했다. 얄밉다고 생각했다. 종종 동네 아이들끼리 놀 때, 그 동생이 내 앞에서 얄밉게 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콱, 죽어버려.’ 

#2. 울다 지쳐 눈을 떴다. 나는 악몽을 꾸었다. 어, 악몽이 아니라.. 내가 평소에 꿈꾸던 꿈을 꾸었는데 나는 울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평소에 좋지 않았다. 늘 대립적인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와 아버지다.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충돌할 때마다 나는 그가 사라지기 바랐다. 어느 날, 꿈에서 정말 아버지가 죽었다. 하지만 꿈속에서 나는 죽어라 울었다.

죽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의 기억이다. 어릴 적에는 매우 가볍게 생각했고, 청소년기에는 증오의 표출로 생각을 했다. 아이에서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재조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대해 픽션적인 생각을 갖게 된 첫 계기는 미치 앨봄의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이 책의 주인공은 불의의 사고로 죽게 되고, 죽음에서 시작한다. - 을 읽고 나서였다. 죽음 하면 두려움 공포 불안함 만이 떠올랐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그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두 번째 책은 “인생 수업” 이라는 책 이였다. 죽음에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들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나도 죽게 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책이 죽음에 관해 생각하게 해 준 세 번째 책이다. 앞에서 말한 두 권의 책보다는 현실적인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 Well-being만 생각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Well-dying이라는 주제를 던져준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은 무엇인지 말한다. 저자는 더 이상 죽음이 슬픔, 아픔, 고통, 두려움의 무언가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태어났으면 죽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며 우리는 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하나의 문구가 떠올랐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Birth 와 Death 는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지만 그 중간인 지금은 Choice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 생보다는 사에 가까워진다.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음의 종착역에 도착했을 때, 내 삶은 후회로만 가득하다 생각이 들면 생으로 가는 버스를 다시 잡아 탈 것인가? 인생의 버스는 전진 할 뿐, 후진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게 삶을 살기 위해 죽음 이후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죽고 나면 無라고 생각했다. 내 숨이 더 이상 뛰지 않고 내 육신은 관 속에 넣어지거나, 혹은 한 줌의 재가 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고 생각을 했다. 내가 무심코 스쳐지나갔을 부분에 대해서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죽음 이후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를 강조한다. 또한 내가 死에 가까워지게 된다면, 예를 들어 식물인간이 되어 의식 불명 상태가 되거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통보를 받게 되는 순간들, 나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알려주고 있다.

별책 부록인 Will-paper를 작성해보니 조금은 담담해졌다. 죽음은 임종에 가까운 사람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처럼 살아 있는 날의 선택은 곧 죽음의 준비를 뜻 하는 것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인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니 내 주변이 다르게 보였다.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 온 꿈속 아버지의 죽음에 통곡을 하기 보다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먹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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