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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기행 - 사막과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
박종만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엄마 등에 떠밀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이다. 커피 테이크 아웃 전문점 이였다. 가게 오픈한지 3주도 되지 않은 깨끗하고 아담한 가게. 커피의 ㅋ도 모르는 내가 인상이 좋다는 이유(?)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coffee bean을 갈고, 탬핑하는 법부터 차근차근 그림으로 설명해주셨다. 커피 종류에 따라 만드는 방법을 손바닥만한 수첩에 그림으로 그려서 한달 넘게 전철 안에서 외웠다.
마음씨 좋은 사장님 부부 덕분에 일년 반이라는 시간을 그 곳에서 일을 했다. 결국에는 생크림보다 더 고운 우유 거품이 올려진 카푸치노를 만들 수 있게 되었으며, 달달한 커피가 아니 쓴 커피도 즐기게 되었다. 지금 나는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시킬 때, '돈은 내는데요.. 제가 만들어 먹으면 안 될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고 싶어진다. 그런 마음을 꾹 참고 "카푸치노 한 잔이요." 하고 주문하지만.
일년 넘게 커피 향이 가득한 작은 가게에서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커피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커피에 대해 관심과 한국에 커피나무를 재배하고자 하는 큰 꿈을 가진 저자가 커피로드를 따라 여행을 한 책이다. 커피의 전반적인 지식, 특히 카푸치노, 라떼, 모카커피를 만드는 법이 실리지 않았다. 커피에 대해 얼마나 큰 포부와 열정과 꿈을 가지고 있는가, 그 꿈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떠난 기행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윽한 커피 한 잔이 우리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행복 그리고 커피를 홀짝이며 음미하는 시간만큼은 만족감을 준다. 길 건너 하나씩 있는 커피 전문점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 것이 커피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전문점의 커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 이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또 한 잔의 커피를 위해서 에티오피아인들은 하루에 몇 천원 남짓의 돈을 받으며 노동을 하고 있다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알려준다.
매캐한 버스 연기와 훅훅 찌는 무더위에도 "커피"를 향한 열정으로 커피로드를 따라 여행한 저자의 땀방울이 얼마나 끈적였으며, 그의 육신은 얼마나 고단했는지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는 그가 걸었던 커피로드를 따라갔으면 하는 마음이 작게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