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곱게 늙은 절집 - 근심 풀고 마음 놓는 호젓한 산사
심인보 글 사진 / 지안 / 2007년 3월

'오늘도! 열심히! 그리고 무사하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내 자신에서 외치는 주문같은 기합이다.
한 해가 갈수록 나는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순간,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다기 보다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른스럽게 보이기 위해 그렇게 노력해왔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을때, 진정한 나를 찾고자 휴학을 결심하고 여행책 한 권을 옆구리에 쯔리고 여행을 떠났었다. 여행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며 나를 돌아보고 돌아왔었다. 나를 찾고는 방법 중 좋은 것은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요즘에도 종종 사방이 막힌 사거리에 홀로 서있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때면, 혼자서 떠났던 여행 생각이 간절해져온다. 그것도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니, 그런 감정 느낌도 많이 빛바래져버리고 말았다.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나를 찾고자 여행을 선뜻 나서기가 힘들었다. 앞뒤가 꽉 막혀 가슴이 답답해져 올 즈음에 "곱게 늙은 절집" 이라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책표지부터,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여행이라고 하면 물거나 하얀 모래사장에서 비키니를 입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라면 더욱 더 이 책을 펴보길 바란다. 나또한 국내 여행에는 별로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하물며 다녀왔던 지명조차 기억하려 애쓰거나 기록하지 않는다. 많이 어리석었던 나였다. 우리나라에는 해외 어느 나라의 여행지에 견줄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속에 실른 절들을 탐방하면서 (책에 실린 그림과 지은이의 설명에만 의존했지만) 나는 경이롭게도 마음의 평정을 갖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들었었나 하는 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교과서 적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흥미를 잃다거나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책 속에서 실린 글보다 사진을 보는데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거나, 숨겨진 곳을 찍은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그 사진옆이나 위, 아래에 새로운 눈으로 사진을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런 글귀에 사진을 오랫동안이나 바라봤었다. 비록 내가 지도를 펴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절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절집에 머무르며 되찾았던 마음의 평정, 두고 온 속세의 근심들을 느낄수가 있다.
 
꽤나 두꺼운 책이라서 들고 다니며 읽기 힘들었지만,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녔던 1주일은 내게 편안함을 넘어 안도감까지 선사해줬다. 더 나아가 우리 나라의 구석 구석을 돌아 보고 싶다는 마음을 심어줬다. 책의 제목처럼 곱게 늙은 절집을 찾아, 그 냥 차 한잔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삶이 너무나도 고되거나,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근심이 있다면, 이런 것들을 내려 놓고 싶다면 나처럼 이 책을 펼쳐 보는 것은 어떨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