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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나의 생활은 어떤지 돌아보게 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인생이 지금 콜드게임이냐, 아니냐를 돌이켜 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콜드게임(Called Game)이란야구에서 경기 도중 심판에 의해 경기 종료 결정이 내려진 경기이며 대회에 따라서 경기시간의 제한이나 '몇 회까지에 몇 점 이상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경기를 그 횟수까지로 끝낸다'는 등의 대회 규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츠야는 콜드게임은 더 이상 싫다고 말한다. 나로써도 콜드게임은 사양하고 싶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나 사람을 다뤄오는 방식, 주어진 상황 속에서의 행동 패턴 따위가 콜드게임을 선언한 심판과 다를 바가 없었다. <콜드게임> 안에서 서사가 흘러가는 내내 미츠야가 이야기했듯이 나 역시 더 이상의 콜드게임은 싫다.
누군가가 말 했듯이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는 것, 보고 있으면서 보지 않았던 것은 이제 그만 해야 할 때이다.

콜드게임
- 작가
- 오기와라 히로시
- 출판
- 예담
- 발매
- 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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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손에 쥔 순간 다 읽어버렸다. 단숨에 책장을 넘기는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한 번 책을 들면 쉽게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뭔가가 부족했다. 어떤 음료의 이름처럼 2%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20%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이 책은 보여질 듯 말 듯 단서가 주어졌을 때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랄지 스릴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는 탄탄했다. 어색한 문장이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듯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자력과 같은 것으로 독자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나는 미츠야가 콜드게임을 하지 않기 위해 엎치락 뒤치락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일본의 범죄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이지메다. 이것은 언제나 언급되어 왔던 것이고,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 책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그렇기에 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도 이지메가 존재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왕따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만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왕따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완전한 무시. 또는 고립. 그것이 바로 왕따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학교에서는 직접적으로 왕따의 대상이 된 아이를 괴롭히고, 그 아이를 괴롭히지 않으면 설 자리가 사라져버린다. 누구도 괴롭히는 쪽을 말리려 들지도 않고, 괴롭힘을 당하는 쪽을 말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직 자신만 괴롭히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행위들을 방관해버린다. 그것이 왕따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다. 미츠야가 말하고 싶은 것도 이것이었으리라.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나는 언제나 중립이었다. 이것을 중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말이다. 괴롭히는 쪽도 아니었고, 괴롭힘을 당하는 쪽도 아닌 어중간한 자리에서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방관하는 쪽이었다. 차라리 누가 보더라도 나쁜쪽이었더라면 찝찝하고 꺼림칙한 느낌은 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토로요시가 복수를 하러 왔을 때 미츠야가 느꼈던 그 감정을 나 역시 느끼고 있었다. 토로요시가 출석번호 순서대로 자신을 괴롭힌 아이들에게 복수를 해 나갈 때, 나는 괴롭히지 않았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었다. 제일 나쁜 쪽은 아무래도 나나 미츠야 같은 쪽일게 분명하다. 나쁜 쪽은 어디일까?하는 상투적인 질문은 <콜드게임> 앞에서는 무의미해진다. 괴롭히는 쪽은 나쁘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반항하지 않고, 변하려고도 하지 않은 쪽은 더욱 나쁘다. 하지만 그 모든걸 보면서도 외면한 쪽은 최악이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 이지메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 모두가 나쁘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미츠야는 싸우고 있었다. 처음엔 관계하고 싶지 않았지만 친구인 료타 때문에 시작된 기타 중학 방위대. 도중에 몇 번이라도 그만둘 수 있었지만 확 그만둬 버릴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자신에게 죄가 없는 것일까? 하고. 그리고 미츠야는 답을 알아버렸기에 순서대로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필사적으로 싸울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다. 토로요시는 변했고, 복수를 시작했다. 그것도 이지메를 당한 이후인 4년 뒤에. 4년이란 시간을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마지막의 반전은 그렇게 극적이지도, 충격적이지도 않았지만 토로요시의 아버지가 보여준 광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었으니 애교로 넘어가자. 이미 판이 벌어진 게임을 자신의 손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억지로 끝나는 것은 사양이다. 그렇기에 미츠야는 더 이상의 콜드게임은 싫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쉽게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사소하고 유치한 이유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방관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무엇이 잘못 됐는지 파악도 하지 않고 상대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세상에서 이지메가 사라지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콜드게임을 그만 두는 수 밖에 없다. 콜드게임을 하지 않기 위해 페어플레이를 선언하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는 방법 밖에 없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변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누군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독하게 맥주가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