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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허쉬 ㅣ 허쉬허쉬 시리즈 1
베카 피츠패트릭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Hush
동사
1. 자동사[V] [특히 명령문 형태로 쓰여] 쉿, 조용히 해[울지마]
2. 타동사[VN] …을 조용히 시키다[입을 다물게/그만 울게 하다]
명사
[sing.,U] 침묵, 고요(특히, 한참 시끄럽던 뒤에 또는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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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쉬허쉬>.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나를 흥분시키지 못했다. <트와일라잇>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출간되어 얼마 되지 않아 영화는 물론이고 미드계까지 뱀파이어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 새하얀 피부, 붉은 눈, 믿기지 않을 만큼의 파워, 그리고 피에 대한 굶주림, 매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뱀파이어의 시대. <허쉬허쉬>를 읽어내려가기까지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대략 5시간 동안 그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도 나는 주의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말해, 나는 이 책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없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걸까? 책의 내용도, 흐름도, 스토리도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뭔가 결핍되어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다를 흥분시켜줄 만한 요소. 나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가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구해주는 그 짜릿함이 이 책에는 결여되어 있었다. 지나치게 캐릭터가 평면적이다. 여자주인공인 노라도, 남자주인공이자 타락천사인 패치도. 그리고 그 주위의 모든 인물들도 캐릭터가 죽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장황하고 커다란 서사에서 살아서 움직인 캐릭터는 없었다. 그럼에도 5시간 내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엇을까?
정확히 <허쉬허쉬>는 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독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묘한 트립이 있다. 궁금하지는 않다. 그런데 읽고는 싶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데 책장을 넘기게 하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만족스럽지는 못한데 까닭 없는 갈증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히려 결여되어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완벽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3일 동안 <허쉬허쉬>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대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책에 매료되어 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절망의 구>는 남자와 함께 달리고 도망치고, 구를 만져 확인하면서 날 캐릭터와 함께 숨쉬게 만들었다. 100% 책에 몰입해 그 현장감을 느끼고, 구와 함께 싸우고, 인간들의 이질적이고 이기적인 면모를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트와일라잇>은 매력적이진 않았지만 10대들이 항상 꿈꿔오던 하이틴 로맨스로 소녀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허쉬허쉬>는? 한번 쯤 만나보고 싶다. 패치라는 인물이 아닌 '타락천사'라는 종족 자체를. 하지만 나는 어째서 이 책과 공명하지 못했던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목구멍에 뭐가 걸리기라도 한 듯 껄끄러운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결말을 다 알아맞춰버릴 정도로 뻔했던 내용이었고, 미스터리가 가지는 긴장감이라던지 흥미진진함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저 기형학적으로 꼬아 놓은 인물관계도와 복선과 사건을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데에 급급했던 것 같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신기한 책. 진정한 <허쉬허쉬>의 매력은 말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