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길고양이와 함께한 1년 반의 기록 안녕 고양이 시리즈 1
이용한 지음 / 북폴리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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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3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살고있는 집의 옆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이자 길고양이들의 놀이터였고 보금자리였다. 이 동네가 워낙 옛날 동네라 젊은 사람들 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마을인지라 비어있는 집도 여럿 있고, 고양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수풀도 있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심심찮게 고양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중2때는 옆집 옥상에 갓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있어서 "야옹" 거리며 우는 미약한 소리를 따라 구경간 적도 있었다. 제 몸도 가누지 못한채 뒤뚱 거리며 자신의 어미를 찾아 "야옹" 거리며 울던 새끼 고양이들이 차갑고 더러운 시멘트 바닥에 놓여있는게 가여워 작아져서 입을 수 없는 옷을 가만히 놓아두거나, 엄마 몰래 생선살을 발라 접시에 받쳐 가져다 주기도 했다. 몇 개월 뒤. 고양이들을 보기 위해 담을 기어 올라가 옥상에 고개를 빼꼼히 들이밀었을 때, 그곳에 고양이는 없었다. 내가 자주 고개를 비추며 먹이를 챙겨줘서인지 아니면 다 자라버서 독립을 한건진 몰라도 아무렇게 헤쳐진 나의 옷만 남겨두고 떠나가버렸다. 그때의 허탈한 마음이란.

 

그 뒤로 한참 동안 고양이를 만나보지 못했고, 그 집은 더이상 고양이의 보금자리가 아닌 사람이 사는 주택이 되어버렸다. 요즘엔 집 앞도 예전같지 않아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집집마다 보급되면서 고양이를 만나는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말았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이 보급되기 전에는 모두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렸기 때문에 유기견이나 유기묘들이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쓰레기 봉지를 헤쳐 배를 채우곤 했지만 요즘엔 그런 음식도 구하기 힘들 정도다. 게다가 한국이란 나라는 고양이를 저주의 상징이자 집안에 화를 불러오는 동물이라고 생각할 정도니 대부분은 로드킬을 당하거나 굶어 죽거나, 누군가에 의해 잡혀가거나 학대를 당하다 죽어가기가 일쑤다. 그래도 요즘엔 젊은층 사이에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함께 동거하는 집사들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긴 힘들다.

 

며칠 전엔 이런 일이 있었다. 야자를 마치고 다른 애들보다 15분 일찍 나오는데 반대편 가로등 아래로 노란 아기 고양이가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아래쪽에서 올라오던 한 아이가 "어? 고양이다!"하고 외치니 그 옆에 서있던 어머니가 아이의 어깨를 자신 쪽으로 확 잡아당기면서 "저건 재수없는 동물이야. 큰일나요!"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이제 막 유치원에 들어갔을법한 아이에게 동물을 사랑해라, 동물을 미워하지 마라 하는 말은 해주지 못할 망정 재수없는 동물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뒤를 좇아가 뒷통수를 가방으로 내려치고 싶을 정도였다. 사람보다 훨씬 깨끗하고 정직하며 믿을 수 있는 동물인 고양이보고 재수없는 동물이라니. 대체 그런 사고방식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작가가 풀어놓은 '길고양이 보고서'를 읽으며 웃음 짓기도 했지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고양이는 많게는 15년을 살지만 길고양이는 많아야 3년을 산다는 문장에 얼마나 놀랐는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간과 자동차와 천적을 피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그들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는게 틀림 없다. 그런 길고양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미친 사람 취급 하는 것도 모자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고양이만 보면 재수가 없어서 그냥 타이어로 깔아 뭉개버려요."라든지 "고양이는 다 죽여버려야되!"하고 말하던 사람들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어째서 그들은 자신의 인권은 보호받길 바라면서 동물들의 인권이란건 생각하지 않는걸까? 가장 사람하고 친근한 동물인 견종은 좋아하면서 왜 묘종만 기피하고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아파트에서 동물을 키우려면 성대수술을 시켜 소리를 못 내게 만드는 수술까지 당연시 되고 있는 상황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에게 부모가 그 수술을 시켰다면 인권 침해이자 아동 학대라며 들고 일어설거면서 왜 동물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인간은 야생동물의 영역인 자연을 빌려 사용하고 있으면서 그들에게 감사할 줄을 모른다. 오히려 그들을 등한시하고 학대하고 경멸하며 하찮게 여기며 자신들의 생명은 우선시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죽임 당하는걸 꺼려한다. 어째서? 우리가 그들과 다른 것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우리도 그들과 같은 동물인데 왜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는거지? 우리 나라도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길고양이를 만지고 먹이를 건네줄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귀한것, 좋은것만 따지고 보호하려들기 보다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들을 사랑할 줄 알면 좋겠다. 그들도 인간과 다름 없는 생명체고 생각을 한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인간 같이 심장이 뛰고, 인간처럼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인간 중심이 아닌 공동의 사회였으면 좋겠다.

동물과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꿈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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