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담 빠담, 파리
양나연 지음 / 시아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자기가 제일 자신있는 영역이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그것도 자신이 8년 동안 몸 담고 있었던 회사와 살을 맞대고 그간 함께 지내온 수많은 동료와 친구, 그리고 가족들 곁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며 훌쩍 떠날 사람은 몇이나 될까?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매력을 느끼는 새로운 직업에 과감히 도전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리고 만약 그게 나였다면? 과연 내게도 한국을 떠나 말도 통하지 않는 영어권 국가에서 새롭게 생활할 용기가 생겨났을까?

 

『빠담 빠담, 파리』는 웃찾사의 개그작가였던 양나연씨가 지은 여행에세이다. 그녀에게 가장 자신이 있는 분야는 작가였고 그녀가 새롭게 도전한 직업은 파리 가이드다. 그녀는, 이 책은 내게 두가지를 알려주었다. 보다 가슴뛰는 일을 즐기기 위해 주저하지 말라고. 한 번 지나간 기회는 다신 오지 않으니 기회가 왔을 때 주저말고 뛰어들라고. 하지만 그냥 뛰어든다고 해서 이루어지는게 아니라는걸 확실히 일러주고 있다. 어딜 가든, 내가 무엇을 원하든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녀는 공부했다. 투어객을 만나기 전에는 항상 그녀가 만든 멘트를 읽었고, 자신이 수집한 자료도 꼼꼼히 체크하며 머리속에 집어넣는가 하면, 파리의 모든 장소를 돌아다니며 몸으로 위치를 익혀나갔다. 그녀는 그만큼의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고 그 덕분에 파리의 문외한이었던 그녀가 인기 가이드 대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부단한 노력 때문이었다.

 

심장이 두근대는 파리에서 가이드를 시작한 그녀가 설명하는 루브르 박물관의 예술가들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고흐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며 동생 테드의 지원 없인 물감 하나 살 수 없는 고흐였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예술을 사랑했다. 영혼을 바쳐 예술을 했고 사랑했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 아무도 내 글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내 글에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붓고 사랑하고 싶다. 나의 글을, 내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을 사랑하고 싶다. 내게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빠담 빠담, 파리』는 내게 두 가지의 깨달음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감동을 느끼게 해주었다.딸과의 유럽 여행에 20년 넘도록 신지 않던 운동화를 꺼내 신으셨던 할며니도, 어린 아들의 손을 붙들고 온 임신 6개월의 임산부에 게그맨 뺨치는 개그 실력을 가진 초등학교 선생님까지. 그녀를 거쳐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습에서 나는 열정을 느꼈다. 그리고 확신을 느꼈다. 그녀는 그들의 삶을 보고 배웠지만 난 그들의 모습과 그녀의 모습을 보며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웠다. 『빠담 빠담, 파리』를 읽으며 잊혀지지 않을 두근거림과 긴장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이 책 한권에 파리 가이드가 되기 까지의 일과 서울에 와서 이룬 사랑에 대한 일까지 함께 담아냈다. 웃찾사의 개그작가였던만큼 막힘도 부담스러움도 없이 앞으로 쑥쑥 지나갈 수 있는 책이었다. 게다가 파리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이 들어있는 도움말 같은 것도 함께 실려 있어 파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녀가 설명하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녀가 울때 함께 울어주고 처음으로 가이드를 마쳤을 때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빠져든 나였지만 그녀의 가이드를 직접 못 들었다는게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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