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교섭인 The Negotiation Limerick File 1
키 타카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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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고시에이터>라는 영화가 있다. 사무엘 잭슨과 케빈 스페이시가 범죄교섭인으로 나오는 액션 스릴러 영화이다. 범죄교섭인은 인질극이 발생할 때 인명 피해 없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자로서 주로 직접 대면이나 전화를 통해 범인을 설득하여 사건을 종료하는 자이다. 허리우드 영화에서 범죄교섭인은 자주 등장하며 극적인 장면을 통해 자주 묘사된다. 만화 『범죄교섭인』은 이런 사람들을 담고 있지만 허리우드 영화처럼 과도한 액션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다. 인간의 심리를 끊임없이 따라가며 사실감 있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만화의 주인공은 ‘에이타로’라는 인물로 범죄교섭에 관한 교육을 수료한 신참으로 사건이 벌어지면 놀라운 직감과 추진력을 보여주며 주위를 압도한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거나 자신이 삶을 걸고 있는 일에서 특별한 재능과 열정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 주인공 설정은 일본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슬램덩크』의 강백호, 『출동! 119구조대』의 다이고가 대표적일 것이다. 여기에 에이타로도 추가된다. 생사가 오가는 교섭 상황에서 논리적이지만 인간의 감정과 인간의 습성까지 고려하는 진심어린 설득, 대화가 오고 가는 순간은 이 만화의 백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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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62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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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치가 돌아왔다!” 『명탐점 코난』(Aoyama Gosho 지음)의 애독자라면 이 말에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정체모를 범죄단체가 만든 신약을 우연히 먹고 고딩에서 초딩으로 변해버린 쿠도 신이치. 매우 유명한 고교탐정이었던 그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범죄단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활동하기 위해 ‘코난’이라는 가명을 사용한다. 코난은 진솔하지만 매우 허술한 탐정 모리 코고로를 도와 숱한 사건을 해결하며 ‘잠자는 명탐정 코고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코난의 강력한 조력자 박사님이 만든 마취 총과 음성변조기를 활용하여 코고로를 잠재운 뒤에 코고로의 목소리로 사건을 풀어온 것이다.

언제까지 코난으로만 있을 것 같던 신이치는 62권(2008년 10월 출간)에서 우연한 기회에 다시 고교생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작가도 설레였던 것일까. 오랜 만에 신이치가 등장한 사건은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사건보다도 흥미진진하다. 오랜만에 고교생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이치는 기억을 잃고 살인범이 된다. 게다가 그가 예전에 해결한 사건도 결정적인 살인 동기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진다. 신이치 사건해결사에서 오점이 될 사건인 것일까. 그는 정말 살인을 했을까. 물론 결국 이 사건도 신이치의 화려한 활약으로 해결이 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이 사건을 기획한 사람이 신이치와 똑같은 얼굴이었던 것에서 풀린다. 얼굴이 같다니. 어떻게 된 것일까. 결과는 직접 보시라.

그런데 신이치가 고교생이 된 것은 그냥 단순한 재미를 위한 설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뭔가 신이치(코난)의 감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다음 대사를 곱씹으며 63권을 기다린다. “너무도 불행한 우연이 낳은…. 통곡하며 무너지는 자신의 얼굴을 눈앞에 두고 나는 생각했다…. 이 얼굴을 잊어선 안 된다…. 내 안에 깊이 새겨둬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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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말하기 - 권력은 국민을 어떻게 속여 왔는가? 카이로스총서 11
더그 헨우드 외 지음, 신기섭 옮김 / 갈무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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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구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영향을 주는 가장 강력한 말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명징한 증거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다. 이중 우리는 부패한 기업과 관료, 정치인들의 보도를 볼 때는 잠시 착각하기도 한다. ‘저게 한국이여 미국이여’ 하고 말이다. 그들은 거짓말도 비슷하게 한다. 이라크에 무기가 없는데 있다고 말하는 한 대통령의 입과 미국산 소가 위험한데도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 한 대통령의 입은 너무나도 닮아 있다. 뭐 그들은 친해보이기도 한다. 

 

“정부는 항상 거짓말을 해왔다.” 이 단순한 이 책의 첫 글, 첫 문장에서 우리들은 쉽게 공감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 문장에 다음 말을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정부는 거짓말을 할 것이다.’ 이런 사태는 막아야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사태를 막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언론과 권력의 ‘유착’ 관계이다. 얼마 전 시청 광장에 모였던 한 스님의 말씀처럼 권력은 언론과의 유착을 넘어 권력-언론 ‘일체화’, ‘한 몸 되기’를 시도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미국의 언론은 좀 나을까. 「결정적인 순간에 진실을 말하기: 미합중국 뉴스 매체와 이라크 침공, 점령」을 쓴 맥체스니에 따르면 오십보백보다. 권력의 노골적인 장악 시도는 약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다루는 미국 언론 뉴스의 보도 행태는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은 진실을 따르기 보다는 미국 정부가 말한 자료를 따른다. 필자는 “(...) 미합중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에 관한 언론 보도를 분석할 것이다. 이제부터 보게 되겠지만, 자유 언론이 맞이한 바로 이 결정적인 순간에 그 어느 곳에서도 진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라는 참담한 진단을 내리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적 언론’임을 힘주어 말한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처음 듣는다면, 여의도 모 방송국 앞에서 연일 촛불들과 대화하기를 권한다. 생생한 거리의 민주적 언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부제처럼 ‘권력은 국민을 어떻게 속여 왔는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오늘 제국(empire)의 부패와 거짓의 해부도를 보여준다. 이 해부도를 보며 삶 속에서 어떤 진실을 어떻게 말할지는 우리들의 몫이다. 이 길을 촛불들이 밝혀주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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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나무 아우또노미아총서 12
움베르토 마투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최호영 옮김 / 갈무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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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마뚜라나와 바렐라는 “독자들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그저 인식의 생물학적 과정을 소개하는 또 한 권의 평범한 입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식의 생물학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대안적 관점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라는 문장들로 책의 머리말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인식의 생물학적 뿌리”를 밝히기 위해 생물학적 현상에서부터 시작해 인간 행동-사회적 현상-언어 작용까지 규명해 낸다. 이 작업을 관통하는 굵은 선은 자기생성(autopoiesis) 개념이다. 그들은 생명체를 정의하는 조직을 자기생성조직이라고 규정한다.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 즉 생명체의 특징은 자율성에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생물이란 환경에 되도록 완벽하게 적응해야 만” 한다는 다윈주의 생물학의 주장과 비교하면 놀라울 뿐 아니라 사고의 혁명적인 전환이다. 이들은 객관적 실재라고 여겨지는 ‘환경’에 주체(생명체)는 자기 자신을 만들면서 항상 결정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마뚜라나와 바렐라에게 존재(being) 혹은 ‘있음’은 곧 ‘함’(doing)이다. 그리고 이것이 생명체의 앎(인식)의 과정에 핵심을 이루고 있다. 앎은 대상(환경)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의 자기 자신을 만드는 과정 속에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33쪽).

그는 기존 생물학 이론을 단번에 뒤엎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엄격한 논리적 절차를 따라서 개념과 생각들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좀 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각 장마다 이 책의 전체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도표를 넣어 두었다. 이 도표는 이 책의 논지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길잡이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명한 판화가 M.C. 에셔를 비롯하여 히에로니무스 보스, 마그리트 등 유명한 화가의 그림과 다양한 도표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소개한다.

더불어서 이 책은 1995년에 출간된 <인식의 나무>를 다시 출간한 것이지만 <인식의 나무>에는 없던 쿠르트 루데비히의 <독일어판 옮긴이 머리말>과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1992년 개정된 영어판 <후기>를 새로 추가했으며, 주요 용어와 본문을 영어본과 비교하여 다듬고, 본문의 그림을 컬러로 인쇄하여 독자들이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사상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개정 보완한 것이다.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사상은 생물학 뿐 아니라 교육학, 사회학, 심리학, 언어학 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과의 연관성은 유명하다. 이제 그들의 유명한 이론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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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n 2007-05-2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잠시 다른 책으로 넘어갔네요. 이런 좋은 책에는 다른 분의 서평도 꽤 반갑군요.

uGonG 2007-05-2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exTan / 헌책방에서 <인식의 나무>를 찾지는 못하셨지만(^^) <앎의 나무>로 만나게 되셔서 반가우실 것 같네요. ^^

여울 2007-12-1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공님, 용산 수유너머에서 시민지식네트워크 행사 끝나고 같이 걸어왔던 여울마당입니다. 잘 지내시죠. 그리고 한번 들어왔다가,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군요.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하시는 일 잘되고, 잘 여물기를 바랍니다.

uGonG 2007-12-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울마당/ 아이쿠,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부족한 글을 잘 봐주셨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자리에서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유의 새로운 공간 아우또노미아총서 11
안또니오 네그리 외 지음, 조정환 엮어 옮김 / 갈무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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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의 혁명이 전 지구에 퍼진지 내년이면 40년째이다. 그리고 이 혁명에 대한 반동으로 태어난 신자유주의는 그 거친 숨을 거둘 거 같으면서도 아직도 곁에 머물며 우리의 삶을 괴롭히고 있다. 바로 이 이유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왜? 네그리와 가따리가 “1970년대의 반동에도 불구하고 혁명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의 새로운 분자적 노선을 창안하자, 이를 통해 코뮤니즘의 이념을 새롭게 구출하자.”고 강력하게 물으면 대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이 책이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그리와 가따리는 1968년 이후의 계급구성의 변화를 분석하면서 노동계급 자율성에 기초한 전복적 자기가치화 운동의 새로움과 그 가치를 우리에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통’ 맑스레닌주의와 완전히 상이한 방향에서 맑스 사유의 노선을 재전유하고자 한다. 하지만 ‘적대의 해체’를 주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방향으로 기울지 않으며, 그들은 다시 ‘적대의 발본화’를 주장한다. 그들은 이런 발본화를 통해 계급적대의 재구성을 밝혀내고 이 과정이 적대를 넘어설 수 있는 자율적 주체성을 생산하고 있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이 네그리가 마이클 하트와 함께 쓴 『제국』과 『다중』의 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하지만 『자유의 새로운 공간』은 『제국』, 『다중』과는 다른 형식으로 써진 책이다. 이 책의 분석과 주장은 역동적이며 읽는 이에 호흡을 빠르게 하며 우리를 혁명적인 사유로 들어가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이 1995년 한국에 처음 출판되었을 때 ‘다시 쓴 공산당 선언’이라는 세칭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2007년. 우리는 다양한 운동의 모습들을 보고 있다. 한미FTA 반대 운동, 평택 대추리/도두리에서의 평화 운동(이 책에서 이들은 “평화는 혁명의 전제조건”(125쪽)이라고 말한다), 장애인들의 계속되는 장애차별철폐운동, 노동조합의 투쟁(과 그 내부의 혁신의 목소리), 산과 들과 길과 우리를 지키기 위한 생태운동, 성 억압과 차별 철폐를 위한 운동 등. 무엇 하나 우리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것들이다. 이 투쟁들이 우리의 힘(역량)을 늘릴 수 있기 위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살고 생각하”며(제5장) 새로운 삶의 형식을 창안하는 일이다. 이제 다중의 ‘자유의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힐 때(카이로스의 시간)가 되었으며, 그것은 지금-여기의 싸움에 달려있다. Show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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