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의 나무 아우또노미아총서 12
움베르토 마투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 지음, 최호영 옮김 / 갈무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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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지은이 마뚜라나와 바렐라는 “독자들이 지금 손에 들고 있는 이 책은 그저 인식의 생물학적 과정을 소개하는 또 한 권의 평범한 입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인식의 생물학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대안적 관점을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라는 문장들로 책의 머리말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은 “인식의 생물학적 뿌리”를 밝히기 위해 생물학적 현상에서부터 시작해 인간 행동-사회적 현상-언어 작용까지 규명해 낸다. 이 작업을 관통하는 굵은 선은 자기생성(autopoiesis) 개념이다. 그들은 생명체를 정의하는 조직을 자기생성조직이라고 규정한다. ‘자기 자신을 만드는 것’, 즉 생명체의 특징은 자율성에 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은 “생물이란 환경에 되도록 완벽하게 적응해야 만” 한다는 다윈주의 생물학의 주장과 비교하면 놀라울 뿐 아니라 사고의 혁명적인 전환이다. 이들은 객관적 실재라고 여겨지는 ‘환경’에 주체(생명체)는 자기 자신을 만들면서 항상 결정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마뚜라나와 바렐라에게 존재(being) 혹은 ‘있음’은 곧 ‘함’(doing)이다. 그리고 이것이 생명체의 앎(인식)의 과정에 핵심을 이루고 있다. 앎은 대상(환경)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의 자기 자신을 만드는 과정 속에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함이 곧 앎이며 앎이 곧 함이다”(33쪽).

그는 기존 생물학 이론을 단번에 뒤엎는 자신의 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엄격한 논리적 절차를 따라서 개념과 생각들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리고 좀 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각 장마다 이 책의 전체를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도표를 넣어 두었다. 이 도표는 이 책의 논지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길잡이이다. 그리고 그들은 유명한 판화가 M.C. 에셔를 비롯하여 히에로니무스 보스, 마그리트 등 유명한 화가의 그림과 다양한 도표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소개한다.

더불어서 이 책은 1995년에 출간된 <인식의 나무>를 다시 출간한 것이지만 <인식의 나무>에는 없던 쿠르트 루데비히의 <독일어판 옮긴이 머리말>과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1992년 개정된 영어판 <후기>를 새로 추가했으며, 주요 용어와 본문을 영어본과 비교하여 다듬고, 본문의 그림을 컬러로 인쇄하여 독자들이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사상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개정 보완한 것이다.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사상은 생물학 뿐 아니라 교육학, 사회학, 심리학, 언어학 등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과의 연관성은 유명하다. 이제 그들의 유명한 이론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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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n 2007-05-24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다가 잠시 다른 책으로 넘어갔네요. 이런 좋은 책에는 다른 분의 서평도 꽤 반갑군요.

uGonG 2007-05-2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exTan / 헌책방에서 <인식의 나무>를 찾지는 못하셨지만(^^) <앎의 나무>로 만나게 되셔서 반가우실 것 같네요. ^^

여울 2007-12-1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공님, 용산 수유너머에서 시민지식네트워크 행사 끝나고 같이 걸어왔던 여울마당입니다. 잘 지내시죠. 그리고 한번 들어왔다가,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군요.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하시는 일 잘되고, 잘 여물기를 바랍니다.

uGonG 2007-12-10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여울마당/ 아이쿠,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죠? 부족한 글을 잘 봐주셨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자리에서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