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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에 대해서 나는 무엇을 말해야할지 어렵게 느껴졌어. 책을 읽는 어느 순간에는 너무나도 현실적이어서 답답했고 또 어떤 한 순간에는 비현실적이어서 무덤덤했어.
이기동, 일등, 최장기수 누님 셋의 이야기들은 현실의 누구의 이야기인 것 같은 생생함이 있었지만 이기동과 누님의 결혼 생활은 그들의 대화는 (아주 편견으로 똘똘 뭉친) 나에게 있어서는 현실감이 느껴지지가 않았어. 그들은 쿨한건가, 이기동의 말처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걸까?
초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수능, 그까짓 수능이 뭐라고 대학이 뭐라고 재수학원을 다니며 몇년을 몇해를 그렇게 낭비하듯 젊음을 소비해야하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 나는 보통의 세상 그 테두리 밖의 사람이기에 이해가 잘 되지는 않았어.
매번 일등을 하던 일등도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이기동도 최장기수 누님도 나는 안타까웠어. 그러한 삶이 소설에만 존재하는 건 아닐테니까.
시간은 차근차근 흐르고 일등은 사라지고 이기동과 누님은 결혼을 했어. 이기동은 작가, 누님은 공무원이었어. 일등은 다시 나타나 아이가 생겨 결혼을 했고 책임감으로 강사가 되었어. 결혼한 누님의 연애도, 일등의 연애도 내 마음은 이해하지를 못했어. 무덤덤하면서도 때때로 화가 나기도 했어. 무료한 대화들과 그들의 일상 사이로 내 마음이 내 감정이 어쩐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내 감정은 금새 사라졌고 나는 그들이 해피엔딩이기를 웃음짓기를 바라기도 했어.
내 삶은 나를 주체로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흐르고 나는 그 시간 속을 유영하듯 둥둥 떠다니고 때때로 표류하기도 하니까, 노력속에서 노력한 것만큼의 결과가 없어서 그들의 삶이 방향을 잃고 헤매는 것과 어쩐지 닮아 보였으니까. 그들이 행복하면 나도 곧 행복해질 것만 같아서 말야.
그들은 행복할까. 비극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음이 무거워졌던 책. 그들의 삶으로 뛰쳐들어가 대화를 하고 싶은 기분에 휩싸였지. 행복할까 행복했을까.
224p 문득 살아서 무얼 할까 싶었다. 얼른 늙어 죽고 싶었다. 횡단보도에 서서 도무지 바뀌지 않는 신호기를 노려보다가 깨달았다. 아무것도 해낸 게 없어. 아무것도.
나의 삶은 백지처럼 하얗고, 아무것도.
나의 삶은 황무지처럼 냄새가 없고, 아무것도.
나의 삶은 아무것도 아닌, 아무도 아닌 삶.
도피가 필요했다. 그러나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