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0 - 미국 : 미국인 편 먼나라 이웃나라 10
이원복 글 그림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사람에게 미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이면 백 모두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어슴프레 친미(親美)와 반미(反米)를 나눌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이라면 그 둘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 않을까. 나에게 미국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는 것이다. 수출을 생각하지 않고 국내 사업만 생각해도 되는 나라. 자국에서 성공하면 수출도 자연히 되는 나라. 자국에서 1위는 곧 세계 1위인 나라. 큰 포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중국, 일본, 미국 등 서로 다른 말을 가진 수많은 나라에 수출길부터 생각해야 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기회의 땅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출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공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국을 얻으면 탄탄대로요. 미국을 잃으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최근 안철수 사장이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빌 게이츠가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과연 지금과 같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비즈니스하기에 척박하다는 동시에 미국이 그만큼 많은 기회와 시장을 제공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인은 냄비근성을 가졌다고 한다. 또 정열이 넘치고 솔직하고 정 많고 흥 많은 사람들의 나라라고 한다. 일본은 꼼꼼하고 세밀하고 친절하지만 이중인격을 가졌다고 한다. 중국은 장사에 강하고 느긋하며 속 마음을 잘 알 수 없다고 한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 프랑스는 예술과 패션, 그리고 자유의 나라. 이탈리아는 정열의 나라. 그렇다면 미국은? 미국 사람들은?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다. 미국은 역사가 짧다. 한 민족으로 이뤄진 나라가 아니다. 세계 각 국의 각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드는 나라다. 각기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라다. 따라서 공통성을 쉽게 찾아낼 수 없다.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율을 따져 다소 보수적인 성격의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어정쩡하다. 미국 거주 남아메리카인이 흑인을 넘어섰고 아시아 인구들의 유입이 계속 되고 있다. 최대 일인 타운, 화교 타운, 한인 타운을 형성하며 여러 문화를 포용하며 살아가는 나라다. 그래서 하나의 특색이 없다. 문화도 유구한 역사도 없다.

보통 상황이 이러하면 하나로 뭉치기 힘들다. 미국이 전쟁을 좋아하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대곤하지만 그 중의 하나라 국민의 단합이 아닌가 한다. 서로 모양이 다른 국민들을 하나로 붙이기 위한 접착제로서 전쟁이 활용되고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이 공간을 메운다. 전쟁과 자부심은 순환하면서 국민을 하나로 모은다. 전쟁을 치루고 거기서 승리하면서 세계 1위, 세계의 경찰이라는 자부심을 세운다. 모아진 힘이 또 다른 전쟁을 만들도 다시 자부심을 세운다. 전쟁을 통해 산업도 발전하고 과학도 발전한다. 전쟁을 통해 정치력을 확인하고 경제력을 돋운다. 반미의 주원인인 미국의 호전성은 미국에 있어서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저자의 마지막 설명이다.

좀 더 우리에게 실용적인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보자. 그럼 우리는 어떻게 미국을 공략할 수 있겠는가? 미국을 이길 수 있겠는가? 국산 소프트웨어 기업에 몸담고 있는 본인은 미국의 세계 지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소프트웨어계는 60~7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MS, IBM, Oracle로 대표되는 미국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독점 수준이다. 솔직히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에게는 인력, 자금, 기술력, 레퍼런스, 경험 모든 면에서 벅찬 상대다.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딪고 미국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몇 개 있다. 이 업체들에게 대한민국 점령 후 다음 목표는 미국이다. 당장의 목표는 아니더라도 그들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최소의 승리를 이루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 미국을 어떻게 점령하지? 그 광대한 땅에 우리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마치 밑빠진 독에 물을 쏟아붙듯 시장에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야 이름을 그나마 알리고 그들이 주문처럼 외치는 레퍼런스를 얻을 수 있다고. 그것이 미국 자국에서 사업기회를 잡아서 시작하는 사람들과 미국 외에서 미국으로 진입하는 자의 차이다. 쉽사리 답을 얻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외지에서 들어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예는 없을까? 다행히도 있다. 바로 독일 회사인 SAP가 그 예이다. 그들은 세계 소프트웨어 4위, 미국에서 기업 애플리케이션 1위를 2위를 멀리 따돌리고 지키고 있다. 그들을 미국 공략 전략을 들여다보면 힌트가 될 것이다. 그들이 미국에 첫 발을 내딪은 것은 그들의 고객인 독일 기업이 미국에 진출하면서다. 한 마디로 처음에는 들러리로 나섰다. 독일의 제조기업들이 대폭 성장하면서 미국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었고 거기에 묻어간 경우다. 그리고는 본격적인 영업이 들어갔을 때 그들의 타겟시장은 그들이 처음 고객으로 잡은 산업의 기업들이었다. 한 번 해 봤기 때문에 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진짜 성공의 핵심은 바로 컨설팅 업체였다. 고객에게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제품을 제안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컨설턴트다. SAP는 미국내 수위의 유명한 컨설턴트 업체를 모두 잡았다. 지금 IBM에 인수된 PwC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MS, IBM, SUN, HP, DELL 등 미국의 IT기업들을 공략했다. 미국의 IT기업이 쓰는 IT. 얼마나 멋진 레퍼런스가? 그리고 나머지 한 요소는 그들의 언론 홍보 전략이다. 그들은 쉼 없이 미국의 미디어를 들락거렸다. 수많은 가쉽과 기사들로 신문지면을 채웠다. SAP이 사주한 것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기사꺼리를 쉼없이 제공했을 뿐이다. 그 이후는 수많은 기자들이 마케팅팀의 팀원이 되어주었다. 미국이 가지지 못한 아이템(MS, IBM, Oracle(당시) 등 아무도 없었다.), 배후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 훌륭한 레퍼런스, 홍보를 통한 브랜드 관리. 이것의 조합이 오늘의 세계적인 독일기업 SAP를 만들었다.

우리도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SAP의 전략이 그대로 먹히진 않겠지만, 난공불락 미국은 아닌 것이 입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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